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동개혁법 위한 긴급재정명령 두려워할 이유 없다

역풍 우려해 긴급명령권 꺼리나

노동개혁, 수백만 근로자 위한 것

국회 넘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노동개혁법 등과 관련한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발동이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금기어 취급을 받고 있다.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지난주 말 자신이 내놓았던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검토 발언이 파장을 불러오자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 이것저것 검토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한 거다. 언론에서 너무 확대해서 썼다"며 갑자기 발을 빼버렸다. 당사자인 청와대 역시 "긴급재정명령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이 이렇듯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에 나름 이해가 간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지금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사태가 초래한 엄청난 선거 역풍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긴급명령권 발동도 자칫 그런 식의 역풍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젖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같지 않다. 탄핵사태 때는 권력을 다투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또 다른 정치인에 대한 공격이었다면 이번 긴급재정명령은 민생과 직접 닿아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노동개혁법 하나만 봐도 수십만 청년들의 미래를 살리는 동시에 수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원을 해결해주자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노동개혁이 이뤄지면 37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수백만 비정규직 근로자들 역시 기간제한 2년을 4년으로라도 연장해줄 것을 간절히 바라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선택은 자명하지 않은가. 수십만, 수백만의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만 있다면 여론의 일시적 오해쯤은 감수하겠다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진정한 자세여야 하지 않겠나.

불행히도 지금 우리 정치권에 국민은 안중에 없다. 오로지 개인의 사회적 영달을 위한 정략과 계산만이 판치고 있을 뿐이다. 국회를 들여다보라. 국회의장의 역할은 여야의 정책충돌을 중재하면서 입법을 통해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헌신하는 것이다. 중재가 불가능하다면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 보고,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소망을 들어줘야 마땅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국회의장은 국리민복을 위한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직권상정에는 극히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 문제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다'고까지 거들고 있다. 이것이 국회의 민낯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언젠가부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자기들 잿밥이나 챙기려 드는 시장판으로 전락해버렸다.

우리는 지난 사설에서 청와대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긴급재정명령을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령 정치권과 청와대, 일부 언론이 긴급명령권 앞에서 눈칫밥을 먹고 있다 해도 우리의 그런 입장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하고 국회의장마저 국민의 생활을 외면한다면 청와대의 긴급명령권 발동은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글로벌 경제의 행보가 심상치 않은 시점이다. 노동개혁 법안을 비롯해 경제활성화 법안 하나하나에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려 있다.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의 추락은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노동개혁은 국회의 입법권 독점을 넘어 국민이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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