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100억 규모 뮤지컬 펀드 투자향방

정부 지원금이 담긴 100억원 규모의 뮤지컬 펀드 출범을 앞두고 공연계 관심이 대단하다. 이달 중 자금 조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뮤지컬 펀드가 처음 공론화된 것은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뮤지컬 등 공연시장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모태 펀드를 활용해 ‘공연예술투자조합’을 결성하겠다고 발표한 계획이 1년여 만에 결실을 거둔 것이다. 펀드 명칭이 ‘공연예술투자조합’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뮤지컬 분야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뮤지컬 업계는 한껏 들떠 있다. 정부 지원금이 담긴 첫 뮤지컬 펀드인데다 자금 규모도 공연계로서는 작지 않은 100억원대라는 점에서 기대가 큰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어린 시선도 적지않다. 실제로 뮤지컬 펀드 출범을 앞두고 지난달 말 열린 ‘창작뮤지컬 중기발전계획 세미나’에서는 창작 뮤지컬보다 외국 뮤지컬이나 외국 원작을 번역한 라이선스 뮤지컬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정부가 뮤지컬 펀드 자금 일부를 지원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 펀드 운용은 일반 투자기관이 맡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보장이 힘든 국산 뮤지컬보다는 해외 대형 뮤지컬에 돈이 쏠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연극이나 국악 분야에서도 ‘공연예술투자조합의 자금 지원이 뮤지컬에만 쏠리는 것 아니냐’며 펀드 운용 향방에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고사(枯死) 직전’이라고 투덜거리는 연극계는 공연예술투자조합의 훈풍 혜택을 조금이라도 입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이 큰 만큼 모든 사람의 욕심을 100% 만족시키는 결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자금 운용사의 고충도 이해할 만하다. 펀드라는 특성 탓에 운용사는 수익성이라는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하지만 100억원 펀드 자금 가운데 40억원의 정부 지원금이 들어갔으니 사실상 공공 펀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펀드 운용사는 신중을 기해야 하고 해당 당국자와 관객들은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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