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포스트 G20, 기업이 국격을 높인다] 외국인이 본 한국

"정부 간섭 지나쳐…기업환경 낙제점"<br>"LCD·車등 세계 호령" 기업은 높이 평가 대조


"한국 정부가 첫 번째로 취해야 할 조치는 경제에 대한 세세한 간섭을 중단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적은 끝났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한국 특집기사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쓴 소리를 쏟아냈다. WSJ는 이 기사에서 "일례로 한국 맥주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380만병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규제 때문에 신규 업체들이 기존 맥주업체 두 곳에 도전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WSJ는 한국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꼽았다. 정부가 증권거래소 직원들의 임금까지 결정하고 TV광고시장에 여전히 간섭하고 있으며 정치 지도자들이 대형 건설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사례로 들었다. WSJ는 또 "한국은 눈앞에 다가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며 "그것은 한국을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은 성공적 경제전략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는 것과 새 전략을 채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주간지 '더 타임'도 한국경제를 "가장 최근에 일어난 아시아의 기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물론 한국경제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며 한국 기업인들은 너무 많은 규제가 장애물이라고 불평한다"고 보도했다. 규제가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공통된 처방을 내린 것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기구의 평가에서도 한국 정부가 행하는 규제의 심각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세계은행이 최근 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2010 기업환경평가' 순위를 보면 한국은 창업 분야에서 법인등록세가 비싸다는 이유로 60위, 재산권 등록 분야에서는 부동산 등기 등의 절차가 많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74위에 그쳤다. G20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형편없는 성적표다. 한국의 기업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은 송도국제도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6억3,900만달러로 투자유치 총액의 1%에 불과하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36개 법률 검토와 60여개의 행정도장을 받아야 하는 복잡함이다. 경쟁도시인 싱가포르와 상하이는 사업신청 뒤 일주일 내에 공장 착공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1~2개월이 걸린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업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거둔 성과에 대한 평가는 대조적이다. 타임은 "한국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 디자인과 개발, 최신 기술과의 접목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 브랜드를 알리는 국가가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잡지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삼성과 LG가 세계 LCD TV 시장을 지배하고 현대자동차가 세계 5위권 자동차 업체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일본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도 9월 커버스토리에서 급성장하는 한국 기업들을 걸그룹 소녀시대와 비교하면서 "이들은 모두 진정한 실력으로 승부하는 프로정신과 출발 당시부터 내수시장을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넓은 시야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5월 "최근 한국 기업의 경영실적이 좋아진 이유는 '빨리빨리'라는 말에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약진한 비결로 '스피드 경영'을 꼽았다. 외국인들의 눈에 한국은 낙제점 기업환경과 우등생 기업이 공존하는 곳이다. 기업환경을 개선한다면 한국 기업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함의가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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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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