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 살리기에 최우선 목표를

추석 연휴에 지역구를 돌아본 국회 의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은 폭발 직전인 경제 민심이었다. 살기가 힘들다는 아우성이 워낙 거세 정치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기업인ㆍ직장인과 자영업자 할 것 없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야단이라는 것이다. 추석 민심의 현주소는 경제지표상으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경기판단 소비자지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경기의 버팀목을 해오던 수출도 둔화 조짐이 역력하다. 이를 반영하듯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내외 예측 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4%대로 낮추었다. 경기가 회복되려면 무엇보다도 국내 소비가 늘어나야 하는데 희망 사항일 뿐이다. 올해 백화점 추석선물은 지난해 보다 덜 팔려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소비를 줄이겠다는 소비자 비중이 3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소비를 늘리겠다는 소비자를 초과했다. 올 하반기부터 소폭이나마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와 한은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치솟으며 4분기 우리 경제 최대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면 소비위축과 수출둔화가 더 심화될 것이 뻔하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항상 국민들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여론에 귀를 기울여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정치다. 그럼에도 이번 추석민심의 흐름을 보면 정치권이 그동안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를 해왔는지 드러났다. 설마 했는데 경제가 이 지경인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고 하니 그동안 경제가 왜 그리 안 풀렸는지 이해할 만도 하다. “살려달라. 먹고 살게 해달라”는 국민들의 절박한 민심은 이제 분명히 확인됐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 규명ㆍ신행정수도 건설 등을 둘러싼 정쟁으로 국력을 소모할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확인한 대로 국민여론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셋째도 경제다. 민생회복에 진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투자도 살아나고 소비도 회복될 수 있다. 대통령과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에 국정의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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