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세계 IT전시회, 안방서 열자

이진우 기자<산업부>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 전시회인 ‘세빗 2005’가 열리고 있는 독일 하노버. 지난 10일(현지시간) 오전 개막과 동시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전시장 26번홀에 마련된 삼성전자 통신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 일찍부터 진을 치고 그의 등장을 기다리던 내외신 기자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고 그 주변에는 ‘SAMSUNG’ 브랜드가 새겨진 첨단제품들이 기술력을 맘껏 뽐내고 있었다. 주최국 정상의 첫 방문이 말해주듯 한국 정보기술(IT)산업의 높아진 위상이 새삼 실감나는 자리였다. 실제로 이곳 전시장에 있는 삼성과 LGㆍ팬택계열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의 전시관에는 첫날부터 세계 초일류 제품을 접하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프랑크푸르트 시내 외각에 위치한 독일 최대의 전자제품 양판점인 ‘미디어 마크트(Media Markt)’를 찾았을 때도 뿌듯하기는 마찬가지였다. ‘SAMSUNG’ 마크가 새겨진 디지털TV 등 각종 전자제품들이 대부분 중앙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경쟁사 제품보다 오히려 높았다. 반면 이곳 하노버의 IT 인프라는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도시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 호텔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을 찾아볼 수 없었고 전시장 내에서도 전용선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유럽 지역 특유의 문화가 반영된 탓이라고는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IT경기의 침체와 업체들의 외면으로 자취를 감춘 또 다른 정보통신 전시회인 ‘컴덱스’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수준의 IT 기술력과 이곳 하노버의 열악한 인프라. 이 두 가지 상황이 묘하게 교차하면서 문득 “지금이야 말로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T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변변한 전시회조차 없다. 더군다나 우리주변에는 북미(CES)나 유럽(세빗) 못지않게 거대하고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시장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이런 좋은 입지조건에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국내 업체들이 세계 최초ㆍ최고의 제품을 ‘우리나라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인다면 경쟁사들이 찾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말로만 ‘동북아 허브’를 외치지 말고 우리도 남들이 찾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세계적 전시회를 하나쯤 키울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