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학자금 대출연체 6만3000명 속탄다

국민행복기금 공약도 부처 갈등에 표류<br>금융위-교육부 불협화음… 6개월째 채무탕감 안돼<br>교육부 "접수 시한 일방적 발표"… 금융위 "관련법 핑계로 자료 안줘"


올해 대학을 졸업한 후 중소업체에 취업한 오모(27)씨는 최근 대학시절 빌린 학자금 연체채무를 탕감 받을 수 있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국민행복기금을 찾았지만 채무조정 접수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울 화곡동에 사는 취업준비생 홍모(29)씨도 학자금 채무를 줄여볼 요량으로 행복기금 창구를 찾았지만 무위로 그쳤다.

정부의 약속을 믿고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채무탕감을 기대하던 6만3,000여명의 학자금 대출 연체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시행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 학자금 대출연체자의 채무탕감을 해준다고 발표했지만 금융위원회ㆍ교육부 등 관련부처의 갈등과 협조미비 등으로 6개월째 채무조정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과제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지만 부처 입장만 생각하는 칸막이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초연금을 놓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 공약도 부처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30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학생 학자금 채무탕감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장학재단 측에 연체채권 명단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장학재단을 관리ㆍ감독하는 교육부는 대학생 연체채권을 매각하는 관련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국민행복기금에 연체채권 자료를 넘기지 않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부는 뒤늦게 의원입법 발의 형태로 연체채권 매각을 규정한 장학재단법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정원 개혁, 기초연금 논란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삐걱거리고 있어 언제 법이 통과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3월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6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2월 말 기준)에 대해 원금의 30~50%를 탕감해주겠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따른 장학재단의 채무조정 대상 금액은 3,207억원에 이른다.

국민행복기금은 3월 시행안 발표 당시 오는 10월 말까지 채무조정을 접수하는 신청자에 한해 추가로 채무원금의 10%를 탕감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와 교육부 간 갈등으로 대학생들은 접수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라 정부가 약속한 추가 탕감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위전 교육부 대학장학과 사무관은 "금융위가 교육부와 충분한 제도적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학자금 탕감 스케줄을 발표했다"며 "관련법이 통과돼야 채무조정 접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10면으로 계속

이에 대해 금융위 산하 국민행복기금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추가 탕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우선 가접수를 받고 관련 법이 통과하면 조정작업을 하면 된다"며 "하지만 교육부가 관련법 통과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며 연체 채권 자료를 넘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처간 협조 미비의 불똥이 애꿎은 대학생에 튀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행복기금 시행 방안이 나온게 지난 3월로 벌써 반년이 넘게 지났다. 그럼에도 그동안 관련 부처가 채무조정 시행에 관한 제도적, 행정적 협업 기반을 갖추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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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부처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금융위가 연체 채무에 대한 추가 탕감 접수 시한을 일방적으로 10월말로 정해 놓았다"며 "관련 법이 통과되는 대로 대학생들이 여유 있게 채무조정 접수를 할 수 있도록 추가 탕감을 받을 수 있는 접수 시한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산하 국민행복기금측은 교육부가 관련 법 미비 등을 핑계로 채무조정 작업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국민행복기금에 따르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접수 건수 일평균 추이는 지난 6월 384명에서 7월 290명으로 점차 줄어들었다가 지난 8월 760명, 9월 1268명(23일 기준)으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같이 접수 건수가 늘어난 것은 당국이 지난 7월부터 일괄 매입 연체 채권자에 대한 채무조정 안내서를 우편으로 발송했고 이에 따라 채무조정 대상 사실을 인지한 서민들이 대거 조정 접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행복기금은 오는 10월말까지 자발적 채무조정 신청자이든, 일괄 매입 연체채권에 따른 채무조정 신청자이든 상관없이 최대 1억원 한도 내에서 채무 원금의 40%에서 최대 50%를 탕감해주고 나머지 원금은 최대 10년까지 장기 분할 상환토록 하고 있다. 10월말 이후 신청자들은 최저 30%에서 시작해 최대 50%까지 탕감받는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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