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뷰]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센 여자… 센 농담… 공연 내내 웃음


뒤웅박 팔자에 휘둘리는가 싶더니 이내 그 박을 박살내버린다. "내 운명 내가 바꿔 보리라." 당당히 제 운명을 개척하는 '센' 여자, 그녀의 이름은 옹녀다.


변강쇠 전의 '섹스 심벌' 옹녀가 음녀에서 열녀로 변신했다. 국립창극단이 선보인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통해서다.

관련기사



이야기는 옹녀의 한 맺힌 넋두리로 시작한다. "사주에 청상살, 상부살이 엎쳐 덮쳐서는 남편 초상을 치러도 징글징글 지긋지긋, 아이고~" 열다섯에 얻은 첫 남편을 시작으로 서방 5명의 줄초상을 치른 여자. 마을에서 쫓겨나 남(南)으로 내려가던 옹녀 앞길을 한 남자(男)가 막아선다. 자랑할 것이라곤 정력 뿐인 변강쇠가 나타난 것이다. 안팎의 궁합이 딱 좋은(?) 둘은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지만, 장승의 노여움을 산 변강쇠는 온갖 저주를 몸으로 받은 뒤 시름시름 앓다 목숨을 잃는다. "또 남편 초상을 치를 수는 없다." 이 악문 옹녀는 "내 남편을 돌려달라"며 장승들을 상대로 한판 전쟁에 돌입한다.

'18금 창극'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시종일관 화끈한 대사와 장면이 무대를 수놓는다. "이상히도 생겼네. 맹랑히도 생겼네. 늙은 중의 입일는지 터럭은 돋고 이는 없네(후략)." "못 볼 까닭이 무엇이냐! 어머 어머 이상히도 생겼네. 맹랑히도 생겼네. 전배사령(前陪使令) 서려는지 쌍걸낭을 달고(후략)." 변강쇠와 옹녀가 서로의 성기를 묘사하는 '기물가(奇物歌)'부터 묘한 상상을 자극하는 배경 영상과 성적 농담까지. 장면마다 심어진 유머와 구수한 가락은 자칫 외설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소재를 웃음과 재미로 승화시킨다. 옹녀와 변강쇠는 물론, 옹녀의 엄마, 대방장승부인, 장승들, 혜민서 의녀 등 주변 캐릭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공연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흥에 취한 일부 관객의 입에선 '얼쑤' '좋다' 같은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다만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탓에 2막의 스토리 전개가 늘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당당한 여자 옹녀의 이야기는 7월 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