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칼럼] 주식투자 불신 없애려면


투자자문사를 만들고 대표를 맡으면서 과거와 가장 크게 바뀐 업무 중 하나는 마케팅이다. 예전 월급쟁이 펀드매니저였던 시절에는 업종 및 기업 분석, 그리고 펀드 운용에만 신경을 쓰면 됐지만 이제는 PBㆍ고객 등을 직접 만나며 투자자들의 얘기를 듣는 게 주된 업무가 됐을 정도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다소 놀라는 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주식투자를 한 사람들마저 2%대의 예금 금리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를 점점 꺼린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은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가계 금융자산 구성 변화를 보면 지난 1ㆍ4분기 기준 주식 비중은 17%, 펀드 비중은 3.3%로 2009년과 비교해 각각 3.5%포인트, 3.3%포인트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형 펀드 설정 원본액은 2008년 233조원을 정점으로 지속 감소한 후 2012년부터 소폭 증가 전환해 7월 말 기준 201조원을 기록, 고점 대비 86%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대표적인 고위험ㆍ고수익 펀드인 주식형 펀드는 2008년 140조원까지 갔다가 7월 말 기준 90조원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중위험ㆍ중수익 펀드인 채권형과 대안형은 각각 23조원, 33조원이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주식투자자는 2012년 496만명으로 전년보다 32만명 줄어 6%정도 감소했다. 과거 개인투자자 수가 2005년 354만명, 2007년 444만명, 2009년 479만명, 2011년 528만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기관 뒷북 자문으로 신뢰 잃어


낮은 예금 금리에도 불구하고 위험자산인 주식보다 안전자산인 예금ㆍ채권 등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를 단순한 주가 횡보나 하락 때문이 아닌 늘어난 가계부채, 떨어진 주택가격, 비싸진 주거ㆍ교육비로 인한 가계 재정악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고령화에 따른 안전 선호,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 시작, 저성장에 따른 기대수익률 하락, 호황과 위기를 증폭시키는 언론, 가계 재정악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금융투자업계가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점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나머지 원인들이 외부적인 환경이라면 신뢰의 문제는 업계 내부의 문제라 다소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부분의 개선 없이는 소비자의 금융시장 외면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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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간 큰 인기를 끌었던 금융 상품들을 보면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 2007년 차이나 펀드, 2010~2011년 자문형 랩, 2012년 채권형 펀드, 2013년 브라질 채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상품들의 공통점은 과거 수익률이 최고조에 달했을 즈음 판매사인 증권사ㆍ은행 등이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며 시중의 돈을 끌어 모았고 결국에는 손실을 보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개인들의 판매사에 대한 불신이 키웠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투자자도 눈높이 낮추고 장기관점 가져야

물론 고객을 설득시키기 위해선 과거 1~2년 이상의 수익률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어떤 자산이건 3년 정도 가격이 상승했다면 그 시점부터는 반대로 위험 요인을 먼저 찾는 것이 진정한 PB로서의 역할일 것이다. 올 상반기 1조원 이상 판매됐던 브라질 채권의 경우 증권사에서 지난 6월 브라질 정부의 토빈세 폐지 결정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오히려 브라질이 얼마나 외화가 필요했으면 이런 조치를 내렸을까 하는 반문을 던지며 환율 등 리스크 요인에 대해 더 면밀하게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했다. 주식형 펀드나 자문형 랩 역시 쏠림 현상의 비난을 피할 순 없다. 더구나 독자적인 투자 철학 없이 다른 대형기관 따라하기 매매나 후행적인 운용으로 인한 수익률 부진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보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점점 더 선호하게 되는 현상은 운용자의 책임도 크다. 투자자도 저금리ㆍ저성장 국면을 이해하고 과거의 높았던 기대 수익률을 금리의 두 배 정도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하며 적어도 1년 이상의 투자 기간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결론적으로 투자의 3주체인 판매자ㆍ운용자ㆍ수익자 모두가 변해야 하며 성숙한 투자 문화가 결국 우리 자신의 부를 지킬 수 있다. 1년 동안 힘들게 스마트폰ㆍ자동차ㆍ배를 만들어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왔더니 정작 몇 달 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다 날렸다는 슬픈 얘기를 더 이상 듣지 않기 위해서는 나부터 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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