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ㆍ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규제라는 이유로 지난 2009년 폐지됐다. 1987년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출총제는 폐지-부활-완화-폐지 등으로 오락가락했던 것이 말해주듯 실효성은 낮은데 부작용은 컸다. 노무현 정부조차 너무 지나치다며 출총제 조항들을 거듭 완화해 사실상 껍데기만 남겼을 뿐이다.
자산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키워야 하는 우리 경제에 맞지 않는 굴레다. 인수합병(M&A)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래 유망산업 발굴을 위한 수단이지 규제의 잣대를 들이댈 성질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데도 구시대 장치를 정치권에서 다시 꺼내 들려는 것은 반(反)대기업 정서를 자극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포퓰리즘적 접근방식에 다름 아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맞물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해소를 위한 것이라면 굳이 출총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여러 장치들이 있다. 상호출자제한 및 상호지급보증제한 제도 등을 정교하게 다듬고 적용하면 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장치도 법적으로 마련돼 대기업의 문어발식 영역 확대가 이제는 그리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출총제 부활은 이중삼중의 규제다.
올해 우리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와 이란발 국제유가 상승 등 겹겹의 악재로 전도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민간 분야의 자발적인 적극성과 활력이 중요하다. 기업 경영환경을 개선해도 시원찮은 판에 선거판 정치논리에 편승한 출총제 부활론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국민의 반기업정서가 확산되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비효율이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