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CEO와 감성지능

나이가 들고 직책이 높아질수록 짧아지는 것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대답이고 또 다른 하나는 대화 문장이다. 아마도 신속하고 분명한 의사결정과 신중함이 요구되는 생활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이성적으로만 훈련되다 보니 감성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는 데도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최근 발간된 ‘감성의 정치학’에는 지난 2000년 미국 대선 때 TV토론의 한 장면이 소개돼 있다.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는 고령자의료보험제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또박또박 숫자와 통계를 들어가며 정책을 설명하는 고어에게 부시는 유머 섞인 비판으로 일격을 가했다. 유권자의 눈에 고어는 냉정한 정책가로, 부시는 유머감각을 갖춘 여유 있는 정치가로 비쳤을 것이다. 극단적인 이성과 감성의 대결을 보여준 셈이다. 승리는 부시의 손을 들어줬다. 저자는 ‘머리’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주지시킨다. 흔히 마음을 움직이는 힘 혹은 능력을 ‘감성지능’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지능(IQ)에 대비되는 감성지능이라는 말은 1990년대 초 심리학자 피터 샐로베이와 존 메이어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심리학자인 대니얼 골먼은 보다 체계적으로 감성지능을 정의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해능력,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능력,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타인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관계 관리능력 등 4가지 차원으로 설명했다. 골먼은 성공적인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 간의 차이는 기술적 능력이나 지능지수보다 감성지능에 있음을 지적하면서 약 80% 정도의 감성지능과 20% 정도의 지적 능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리더는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경영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위계질서를 중시하던 기업조직은 이제 협조와 창의성이 핵심이 되는 수평적인 네트워크형으로 바뀌고 있다. 구성원 개개인의 자발적인 협조와 의욕이 성과로 직결된다.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심리학자인 트래비스 브래드베리에 의하면 여전히 최고경영자(CEO)들은 감성지능이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고 한다. 무슨 이유일까. 혹시 CEO라는 역할의 힘이 막연히 통제되지 않은 열정과 충동으로 표출되기 때문은 아닐까. 좋은 CEO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감정에 민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의 흐름까지 느낄 수 있다면 직원들의 가슴에 난 길을 어렵지 않게 함께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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