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제 국격을 높이자] <1> 기업보다 못한 국가 브랜드

외국인들 "삼성은 알아도 코리아는 잘 몰라"<br>非한국인 대한 배타성등 '국가 브랜드' 32위 그쳐…티베트·남아공과 비슷<br>선진국으로 도약위해선 정부·기업·국민 힘 합쳐 '국가브랜드' 육성 나서야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국가경제력의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일본(224%)과는 비교도 안 된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최근 밝힌 충격적인 KOREA 브랜드의 현주소다. 정부 핵심인사가 자인할 만큼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엉뚱하게도 티베트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순위를 다투고 있다. 세계 13위 경제 대국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실제 외국인들 설문조사에서도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 브랜드에 국한돼 사실상 KOREA 브랜드 가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산이 명품으로 취급받는 경우와 극히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민관이 함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비전 아래 국가 브랜드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국가 브랜드를 업그레이드시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눈을 돌려 국민성ㆍ사회안전성ㆍ신뢰성 등 빈약한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KOREA’에 국격(國格)이 있다? 없다?=최근 독도 문제 등 잇따른 외교 헛발질로 대한민국의 ‘국격’, 즉 국가의 품격(prestige)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 이미지를 구겼다는 얘기다. 하지만 KOREA 이미지가 이미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삼 분개할 일도 아니다. 국제적 국가 브랜드 평가기관인 안홀트-GMI에서 발표한 지난 2007년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순위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32위로 바닥권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 교역 규모 11위의 위상과는 상당한 괴리다. 2005년(25위), 2006년(27위)에 비해 더 나빠졌다. 특히 국가 브랜드 가치는 GDP 대비 29%로 일본(224%), 네덜란드(145%), 미국(143%) 등과 비교해볼 때 현저히 떨어진다. 상대적 측면에선 미국 국가 브랜드 가치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즉 경제력에 비해 정부ㆍ문화ㆍ기업ㆍ국민성 등 나머지 부문들이 형편없이 취약하기 때문에 국가 위상이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각론으로 들어가면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여행ㆍ관광 매력도는 31위이고 국민성은 배타성,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 등으로 35개국 중 30위로 평가됐다. 세계 100대 대학은 홍콩에 3개나 있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1개다. 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투명성은 각각 47위, 34위에 랭크됐다. 세계 최고 윤리기업 92개에 속한 우리나라 기업은 아예 없다. 장애인 실업률은 24%로 미국(5%)보다 5배나 높다. 경제 규모 외에는 중진국이라고 평하기에도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사람이 돈만 많다고 인격자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품성ㆍ신뢰성ㆍ지성ㆍ교양 등을 두루 갖춰야 품격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국격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력은 높지만 아시아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국제사회 기여가 부족하고, 특히 한국의 정치ㆍ사회가 안정돼 있지 않고 사회구성원의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격이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계적인‘국가 브랜드’육성에 나서야=국가 브랜드가 국가경쟁력과 심리적 친밀도를 더한 국가 이미지라는 점에서 하루빨리 KOREA 브랜드 가치 제고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시너지 창출 ▦국가 인지도 확보 ▦대외 역할 확대 ▦국가 이미지 개선 ▦경쟁지속력 확보 등의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우선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 마케팅통합본부를 설치해 정책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부처 내 국가 홍보 업무의 통합과 전문가 영입, 재정 기반 확충, 해외문화원 통합 운영 등 국가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 국가 인지도 확보 차원에서 글로벌 기업 브랜드의 후광 효과도 방안으로 제시됐다. 노키아가 핀란드의 국가 브랜드를 상승시켰던 것처럼 한국도 글로벌기업과의 상호 연계활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또 대외적으로 경제 규모에 걸맞은 국제사회의 책임을 다하고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미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정상외교 활성화 ▦국제기구 참여 증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일본이 ‘작은 친절 운동’을 통해 친절한 일본 이미지가 구축됐던 것처럼 국가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범국민 캠페인 전개로 ‘어글리 코리안’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울러 대표상품 개발 등으로 관광 및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가 상품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가관리시스템 구축과 고급 인력자원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은 세계를 보는 눈이 우물 안 개구리와 같다”며 “국가 브랜드 제고를 위해 한반도 주변국가에만 머무르지 말고 자원상 잘해야 하는 국가, 공략해야 할 국가 등 외교다각화를 통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정부뿐 아니라 기업ㆍ민간단체ㆍ국민이 모두 다각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선진국 도약의 관건은 ‘소프트 파워’ 강화=특히 국가 브랜드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프트 파워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도 “군사ㆍ경제 등 국력을 가늠하는 전통적인 하드 파워보다는 대외 이미지와 국가 브랜드 등 소프트 파워를 강화할 때 국격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역시 이 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소프트 파워 강화에 핵심역량을 쏟아부을 태세다. 청와대 미래기획위원회는 최근 ‘선진화와 한국의 현 위치’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하드 인프라의 경쟁력은 확보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 소프트 인프라 분야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인재 양성,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 사회적 신뢰 및 통합 등의 격차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요원하다”고 진단했다. 즉 ▦선진국 평균(69%)에 못 미치는 삶의 만족도(45%)를 비롯해 ▦취약한 인재 육성 및 활용 ▦과다한 규제와 낮은 개방 등으로 시장의 활력을 저해하는 정부 역할 ▦선진국 대비 낮은 사회 전반의 신뢰 및 배려 등의 빈약한 소프트 파워를 강화해야 정체 중인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기획위원회 소프트 파워 분과 간사인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지금까지 해왔던 하드웨어 정책으로는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서 시장 개척으로, 폐쇄에서 자율과 개방으로 전환하는, 즉 소프트 파워로 기어를 바꾸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해관계자 갈등 조정이 소프트 파워 실현의 핵심”이라며 “법과 제도 아래 국민에게 비전과 철학ㆍ설득의 경영으로 공감대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한국외대 교수)도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소프트 파워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민간이 국가 브랜드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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