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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월드컵 준비가 시작된 카타르 도하의 번잡한 시내를 지나 불과 1시간여를 달리자 단일 가스전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노스필드 가스전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스전 곳곳에서는 불순물을 태우는 빨간 불길이 치솟았고 삼엄한 경비가 외부인들의 진입을 까다롭게 통제했다.
총 186억톤(LNG 환산 기준)의 가스가 매장된 노스필드 가스전은 카타르 정부와 엑손모빌 등 오일메이저들이 함께 개발했으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최대 LNG 수입처다. 이곳에서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LNG는 약 1,000만톤으로 국내 전체 수입물량(약 3,600만톤)의 30% 이상을 들여온다. 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97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최대 가스전에 투자…기술력 확보하는 한국=카타르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가스전을 보고 있자니 자원빈국의 설움이 새삼 크게 느껴졌다. 카타르 곳곳에서 건설 중인 월드컵 스타디움과 고층건물들이 사실상 한국과 일본 등에 가스를 팔아 번 돈으로 지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세계 오일메이저들의 기술력이 총 집약된 이 가스전에서 한국이 단순히 '바이어(구매자)' 역할만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한 가닥 희망으로 다가왔다. 국내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카타르 라스가스에 대한 지분투자(5%)에 성공, 우리 인력들을 파견해 가스전 운영 노하우를 직접 익히고 있었다. 탈렙 알아스바 라스가스 책임자는 "가스 생산과정이 복잡한 이 가스전에서 가스공사가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앞으로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 경험 발판…이라크 첫 운영사업 본격화=실제 중동의 또 다른 자원의 보고인 이라크에서는 가스공사가 카타르 등에서 배운 노하우를 결집시킬 단독 운영사업(지분 100%)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아카스 가스전이다.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에 위치한 아카스 가스전은 가스공사가 27억달러를 투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개발ㆍ운영을 단독으로 담당하는 사업이다. 앞으로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생산물량에 대한 독보적인 운영권을 확보, 바이어에 불과했던 가스공사를 가스생산기업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 가스전은 오는 2015년 9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간 후 계약기간인 2030년까지 총 4,741만톤의 가스를 생산한다. 가스공사가 투자비를 회수하고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순수익을 내는 시점은 2017년이다. 지리적인 특성상 가스를 국내로 직접 도입하기는 힘들지만 이곳에서 창출하는 수익을 바탕으로 가스공사의 다른 해외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자원개발 대형 M&A 줄여도 운영사업은 늘려가야=지금까지 중동 등에서 이뤄진 국내 자원개발은 해외 메이저들이 운영하는 사업에 숟가락을 얹는 '지분투자'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정부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섣불리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했으나 경험이 부족해 막대한 손실로 돌아왔다.
이에 따라 자원개발의 내실을 찾으면서도 기술역량을 높이기 위해 탐사ㆍ운영사업을 지켜내고 늘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워크아웃을 겪으면서도 미얀마 가스전을 지켜내 결국 상업생산에 성공한 대우인터내셔널의 성공 사례 등을 국내 자원개발사업의 방향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기업이 유전이나 가스전의 운영사가 되면 다른 산업에까지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의 경우 가스공사가 단독 운영권자 지위를 확보하면서 가스처리설비 설계ㆍ구매ㆍ시공(EPC)은 대우건설이, 총 582㎞에 이르는 배관 건설은 STX중공업이 맡는다. 국내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해외 동반진출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된 셈이다. 가스공사는 아카스 가스전을 발판으로 운영사로서 가스공사의 자원개발 역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명남 가스공사 이라크법인장은 "아카스 사업은 가스공사가 주도적으로 광구를 개발해 생산물을 내다 파는 단독 운영권자로서의 지위를 점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 아카스 가스전을 '운영사업의 사관학교'로 삼고 자원개발의 핵심 플레이어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