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산업을 이끄는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내년에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격변이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순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때문이 아니라 과거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이 시작됐을 때처럼 금융소비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 밖에서 금융으로의 영역침범이 본격화하는 동시에 금융산업 자체의 수익성은 한계에 봉착해 해외에서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남기조차 어려워졌다는 것이 최고경영자(CEO)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기업 구조조정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은행 등 채권단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지만 범정부 차원의 산업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확실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서울경제신문은 내년 금융산업을 진단하는 '리빌딩 파이낸스 2016-금융산업 낯선 길을 가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농협금융 등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의 자문을 구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 이외 산업에서 금융의 영역을 파고 들어오는 '디지털 금융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나갈지가 가장 큰 화두"라며 "이는 단순히 인터넷전문은행이 수익을 내느냐 마느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중장기적인 금융산업 자체 흐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회장은 또 "올해 은행의 수익성이 저하된 부분을 카드나 증권에서 메워주기는 했으나 내년부터는 이마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금융환경이 그나마 나은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내년 금융산업의 키워드를 '경쟁과 융합'으로 제시하며 "새로운 금융 경쟁자 출연과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 및 자본시장 활성화에 따른 '머니무브' 현상 등으로 금융기관 간 또는 이종업종 간 경쟁이 심화되고 때에 따라서는 융합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실물경기의 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회사들도 허리띠를 더욱 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그룹 회장들의 지적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실물경기 침체 때문에 금융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올해 은행들이 충당금을 많이 쌓기는 하겠지만 금융지주 차원의 점포 효율화, 인력 효율화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농협금융도 단위농협과 통합해 1층에는 리테일 점포, 2층에는 기업 점포 등을 운영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점포 효율화는 모든 은행이 감내해야 하는 숙제"라고 말했다.
김용환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 리스크와 관련해서도 "기업들의 부실에 대한 사전적·선제적 대비를 하지 않으면 정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단 위주의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정부 차원의 접근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홍우·김보리기자
seoulbir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