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개조 결과 좋아 자신감 얻어… 올림픽 골프 참가 자체만도 의미
개인 경기… 메달 기회 없지않아
오랜 꿈 美 진출, 늦지 않았다 생각
유럽·亞투어 병행 세계랭킹 올리고 PGA 초청받아 페덱스 순위 높일 것
"지난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그립을 빼고는 스윙의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걱정도 했었는데 결과가 좋아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올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을 차지하며 '괴물'로 돌아온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느 투어에서든 한 시즌에 5승을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고 자평했다.
김경태의 이번 시즌은 최근 몇 년간의 부진 때문에 더욱 빛났다. 아마추어 때 이미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리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관왕을 차지한 뒤 2007년 프로 데뷔하자마자 2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그해 3승으로 상금왕·신인왕에 대상까지 싹쓸이했다. 2008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출전권도 얻은 김경태는 2010년 일본계가 아닌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JGTO 상금왕에도 올랐다. 그러나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2011년 18위까지 올라봤던 세계랭킹은 지난 4월 352위까지 떨어졌다. 김경태는 "옛날부터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좋은 스윙으로 우승을 한 게 아니라 손의 감각에 의존해 샷을 만들어 쳤기 때문에 한번 감각을 잃어버리면 슬럼프가 오래간 것 같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스윙 개조를 위해 지난해 프로골퍼 모중경(44)에게 도움을 청했다. 신인 시절부터 샷이 잘되지 않을 때 조언을 구했던 선배다. 새로운 스윙은 '몸 위주의 간결한 스윙'으로 요약된다. "예전에는 거리를 늘리겠다는 생각에 백스윙 톱에서 몸은 멈췄는데도 손을 더 움직여 가끔 오버 스윙이 나오면서 리듬과 타이밍이 흐트러졌습니다. 지금은 어깨를 회전한 뒤 손을 멈추는 간결한 스윙으로 바꿨습니다. 예전 사진과 비교해보면 백스윙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꾼 스윙에 확신을 갖게 된 대회가 6월 일본·아시아 투어를 겸해 열린 타일랜드 오픈이었다. 이 대회에서 2년9개월 만의 우승 맛을 본 김경태는 "이동 거리도 멀고 2~3주 연습을 할 겸 빠지려고 했다가 출전했는데 결국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이 우승으로 스윙 자신감과 심리적인 편안함을 찾은 그는 4승을 더 보태 5년 만에 두 번째 일본 투어 상금왕을 차지했고 세계랭킹도 60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2010년에 비해 톱10 입상 횟수는 줄었지만 우승 기회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내와 9개월이 돼 가는 아들을 둔 가장이라는 책임감도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내년이면 프로 10년 차를 맞는 김경태는 "지금까지는 힘든 일도 있었지만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아직 10년은 충분히 갈 수 있는 나이인 만큼 골프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했다. 우선 내년 올림픽 메달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 도전이 당면 과제다.
김경태의 올림픽 랭킹은 28위로 한국 선수 중에서는 안병훈(17위·24·CJ오쇼핑) 다음으로 높아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크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본 김경태는 "11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는 참가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2~4명으로) 국가별 인원 제한이 있어 정상급 선수의 숫자는 오히려 줄어든다. 또 같은 나라 선수들의 타수를 합산하는 팀 경기가 아니라 개인 경기인 만큼 메달 기회가 없지는 않다고 본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미국 무대 진출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못 이룬 것 중 하나가 미국 진출인데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퀄리파잉(Q)스쿨 응시가 아닌 또 다른 도전 루트를 선택했다. 일본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투어를 병행하며 세계랭킹을 올리고 PGA 투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페덱스컵 랭킹을 올리는 방법이다. 내년 PGA 투어 페덱스컵 랭킹 200위 안에 들면 비회원이지만 PGA 2부 투어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받을 수 있고 여기서 상금랭킹 50위 안에 들면 2016-2017시즌 PGA 투어 멤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도 수준이 높다는 생각을 했지만 적응하니 제 기량도 늘게 됐습니다. 미국에 진출해서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10년 안에 PGA 투어에서 우승도 하고 성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