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미·독 관계 개선 바람직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났을 때 재치있는 농담을 하나 던졌다. 메르켈 총리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물리치고 집권한 후 미국과 독일의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메르켈 총리는 슈뢰더와 달리 부시 대통령과 친밀한 장면을 연출해내고 있다. 슈뢰더가 지난 2002년 총선에서 반미 감정을 자극하는 캠페인을 벌여 미국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이후 양국의 관계는 급속 냉각됐었다. 미국과 독일의 관계 개선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부시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내 강대국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이라크 전쟁에 동참했던 EU 동맹국들은 현재 대열에서 이탈 중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총리는 사임했고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철군을 진행시키고 있다. 따라서 미독 관계 개선은 미국에도 중요한 일이다. 미국과 독일이 친구가 됐다는 사실은 여러 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전미유대인위원회(AJC) 100주년 기념식에 초대받아 “이스라엘의 평화와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이 불변하지 않는 독일 외교정책”이라고 연설했다. 답례로 부시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의 바람대로 이란 핵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기존 태도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 입장에서 독일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과 프랑스ㆍ러시아간에 균형을 추구하는 외교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이 영국과 단 둘이서 중국 위안화 환율이나 이란 핵과 같은 문제를 풀어나가기보다 독일과의 협력하에 세계 주요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상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 아직 양국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독일 측은 이란 핵문제에 미국보다 온건한 입장이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란이나 러시아에 대한 강경 발언이 쏟아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이다. 또 미국과 독일은 터키의 EU 가입이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편입 등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독일의 관계 개선은 이런 문제들을 두고 양국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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