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뷰] 뮤지컬 '드라큘라'

과도한 무대 회전에 개연성 없는 황당한 결말

색바랜 '핏빛 판타지'


창백한 피부와 강렬한 눈빛, 그리고 몽환적인 음성. 핏빛 어둠의 신사 드라큘라는 수세기 넘게 소설과 영화, 드라마에 등장한 단골 소재다. 불멸의 존재와 그의 사랑 이야기는 음산한 판타지를 만들어내며 대중을 사로잡아왔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 '드라큘라'는 절반의 안전판을 깔고 시작하는 작품이다. 드라큘라 백작이 옛 사랑을 닮은 여인 미나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미나 역시 드라큘라를 향한 감정과 그를 제거해야 하는 현실 속에 고민한다는 한 줄의 요약 만으로도 누구나 흥미를 느낄 소재다. 중요한 건 스토리의 개연성과 배우들의 연기, 이를 뒷받침할 무대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안전빵 소재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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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시작부터 작정한 듯 음산한 기운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환영합니다, 원하신다면 들어오시지요"라는 드라큘라의 음성이 시작을 알리면 역동감 넘치는 회전 무대와 기괴함을 살린 조명, 다양한 배경 영상이 총동원된다. 강렬한 사운드까지 더해져 객석을 압도하던 선명한 핏빛 판타지는 그러나 과한 욕심 속에 탁해진다. '국내 최초 4중 회전 무대'를 홍보하듯 무대는 수시로 돌고 돌며 배우를 덮고 몰입을 끊는다. 돋보이던 회전무대는 어느 순간 놀이공원의 흔한 회전목마처럼 느껴질 정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남발된 핀 조명도 식상한 공식이 되어 버린다.

이야기의 개연성도 아쉽다. '모두가 원하는 불멸의 삶을 주겠다'고 미나를 유혹하던 드라큘라는 공연 말미 갑자기 '당신을 고통스러운 어둠 속에 살게 할 수 없다'며 본인을 죽여달라고 울부짖는다. 조명이 꺼진 뒤 일부 관객들이 "끝이야?"라고 속살일 정도로 결말은 급작스럽다 못해 당황스럽다. 드라큘라라는 인기 소재와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아이돌 가수(김준수), 4중 회전 무대라는 물량공세에만 의존한 제작사의 안일함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뻔한 스토리에 과한 포장, 170분 동안 소모된 배우들의 열연이 안타깝다. 아이돌의 인기만으로 명작을 만들지 못한다는 분명한 사례로 남을 작품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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