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는 게 미국과 다른 나라와 관계를 개선시킬까.
미국 대선 사상 이번처럼 세계 여론이 특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호ㆍ불호를드러내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바로 이런 점때문에 이같은 이례적인 질문을 미국 언론들이 제기하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유권자와 세계 여론 사이에 대답이 엇갈린다는 점. 세계 여론과 미국 여론 사이의 이같은 인식 차이가 곧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국제사회 지도력을 둘러싼 논란의 실체라고 할 수 잇다.
28일 발표된 USA 투데이와 CNN 공동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 가운데 누가 다른 나라와 관계를 더 잘 다룰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미국 유권자들은 52대 44로 부시 대통령을 가리켰다.
그러나 29일 워싱턴 포스트는 해외 20개국 특파원망을 동원, 주재국 여론조사결과나 인터뷰 결과를 분석한 기사에서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인도, 수단을 제외하고는 캐나다에서 멕시코, 영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중국에 이르기까지 부시 대통령 혐오와 케리 후보 선호가 뚜렷하다"며 프랑스의 한 미국 전문가 말을 인용, "외국인들에게 미국 대선 투표권이 있다면 결과는 뻔하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미국 여론조사회사인 글로브스캔이 지난 9일 발표한 35개국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30개국 국민이 부시 대통령보다는 케리 후보가 당선되기를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USA 투데이-CNN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잘 다룬다"는 의미를 반드시 관계가 좋은경우로만 상정하고 답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이 조사 결과와 워싱턴 포스트 조사나 글로브스캔 조사 결과의 차이를미국민의 세계 여론에 대한 `무지' 탓으로만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무지가 아닐 경우, USA 투데이-CNN 조사 결과는 미국 유권자들이 세계여론이 비판하는 일방주의적인 방식으로라도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 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기사에서 "외국인들은 사실 케리 후보와 그의 외교정책 입장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그러나 "미국인에게 좋은 것은 알지만 다른 나라 사람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각국의 반감이 크다며 이를 상세히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일반인 뿐 아니라 통상 타국 정치에 관해 말을 아끼는 외교관이나 정치인들까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험구를 노골적으로 한다며 아이버 로버츠 이탈리아주재 영국 대사의 `부시는 알카에다 모병관' 발언 파문이나 루이스 로드리게스 자파테로 스페인 총리의 미국 정권교체 희망 발언 등을 소개했다.
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존 하워드 호주 총리등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에 적극 협력했던 나라 지도자들이 국내 지지도 하락등의 곤경을 치르고 있으며, 영국의 보수당과 프랑스의 집권당마저 부시 대통령과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집권당 일부는 "케리 행정부가 들어서도 미국의 행태에 큰 변화가 없을것이며, 미국의 우방들에 대해 이라크 문제 등과 관련, 과도한 부담을 지우려 할 것"이라며 과도한 `친케리' 기류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이같은 목소리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는 것.
반면, 이스라엘은 부시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정책 때문에, 싱가포르는 국내의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의 아웃소싱 덕을 보고 있는 인도는케리 후보의 일자리 아웃소싱에 대한 반대 때문에, 수단 국민은 정권교체를 위한 미국의 개입 기대에서 부시 대통령을 선호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