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컵은 세계화의 시험대

■ 해외시각지난 14일 아침 7시30분(현지시간). 뉴욕 플러싱 서울 플라자에는 600석의 객석을 가득 메우고도 수백명이 서서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를 관전했다. 1,000여명의 뉴욕 교민들은 한마음이 돼서 한국팀을 응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 중 90%는 한국 핏줄을 가졌지만 미국인이었다. 학생들은 그 시간에 학교도 빼먹고 응원대열에 참여했다. 영어로 조잘거리던 여고생들이 안정환 선수가 화면에 나오자 미친듯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전반전을 무승부로 끝내고 응원단장이 그 자리에 참석한 중국계 존 리우 뉴욕 시의원을 불러냈다. 리우 의원은 서툰 악센트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다섯 박자 손뼉장단을 흉내내며 '우리팀'이 경기를 압도하고 있다며 성원을 보냈다. 후반전에 한국팀이 골을 넣었을 때 리우 의원이 지칭한 '우리'는 일제히 일어서서 환호를 보냈다. 경기가 끝난 후 10대 소녀 두명이 태극기 양끝을 잡고 플러싱 대로를 100여㎙ 달리며 '대한민국, 코리아'를 외쳤다. 플러싱 고등학교는 그 시간 이미 수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수업을 빼먹고 응원에 나섰던 남학생은 등에 태극기를 휘어 감고 성조기가 걸려 있는 미국 고등학교 교문을 당당하게 들어갔다. 10년 전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뉴욕은 세계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아왔다. 뉴욕 월가의 자본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주변부 국가는 과열과 붕괴를 거듭해왔다. 그 세계화의 중심도시 한켠에 자리잡은 한국타운에는 월드컵을 계기로 강한 민족주의가 발동하고 있다. 기자와 함께 응원하고 '대~한민국'을 외친 10대, 20대들은 지난해 9월 뉴욕이 테러당했을 때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의 승리를 기원했던 젊은이들이다. 그러던 그들은 월드컵 경기를 맞아 모국의 국기를 흔들며 한국응원가를 목이 쉬도록 노래했다. 글로벌 단일시장은 자본을 매개로 전세계 단일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 월드컵은 축구 경기를 매개로 전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다. 세계 단일시장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과 자본의 힘에 의해 주도권을 형성하지만 월드컵은 각국 선수의 실력과 기량, 국민의 단결력에 의해 경기가 진행된다. 세계화는 국가와 민족을 무너뜨리고 새로이 형성된 개념이 아니고 다민족의 정체성을 인정한 통합개념이다. 월드컵은 이 개념을 확인시켜주는 국제 스포츠 경기다. 코리안 어메리칸들은 월드컵을 세계 속의 한국의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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