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장애인 고용' 편견을 버리자

이상옥 <넥센타이어 부사장>

기업 경영의 가장 큰 화두는 경쟁력이다. 기업은 항상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그 싸움에서 이겨야 하고 그래야만 지속적 생존이 가능하다. ‘경쟁력이 있다’는 명제만 관철된다면 기업과 경영인을 둘러싼 모든 숙제는 해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을 잘 내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면 주주를 비롯한 이해 관계인들을 설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 우리 기업의 경영 행태를 곰곰이 되돌아보면 기업경쟁력을 갖추는 최선의 길을 걸어왔는가에 대한 근본적은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있다. 요즘 주변에서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학연이나 지연ㆍ혈연ㆍ연공서열 등 이른바 봉건적인 요소들이 사회 곳곳에서 사라지는 추세임을 느낄 수 있다. 특정업무엔 경쟁력 더 높아 사회적으로 보면 이는 진정한 민주화의 과정이고 정상적인 시장경제 측면에서는 당연한 자본의 선택적인 움직임들이다. 비효율적인 요소들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우리 기업들은 점차 글로벌화돼가고 치열한 세계자본과의 경쟁에 빠져들고 있음을 절감한다.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일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날이지만 기업경영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년 남다른 감회를 갖게 된다. 기업경쟁력 측면에서 장애인의 존재는 플러스 요인일까 마이너스 요인일까. 우선 장애인은 그들이 지닌 장애 때문에 국가와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장애우 고용이 기업 경영에 득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직접고용보다는 고용부담금 납부를 선호하고 있다. 장애우가 특정 분야에 특별하고도 우수한 작업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많은 기업들은 선입관을 가지고 그들을 채용하지 않거나 단순업무에 고용하는 데 그치는 게 현실이다. 당연히 장애우들은 차별적인 근로조건과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자기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회사를 중도에 그만두기까지 한다. 사회적 비용인 셈이다. 문제는 항상 우리 사회에서 장애우에 대한 이해가 왜곡돼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우는 비장애우에 비해 경쟁력과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 이 같은 편견을 초래하는 핵심 요지다. 여기서 분명히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장애인의 생산성은 절대적으로 낮은 생산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직업의 종류와 장애의 종류에 따라 상대적이다. 어떤 특정 분야에서는 장애로 인해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리 회사가 고용하고 있는 장애우들은 타이어공정 중 가장 중요한 성형공정에 투입돼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대부분 청각장애우들인 이들은 섬세하고 주의를 요하는 타이어 성형공정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비장애우들보다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그들은 작업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도 A등급을 받아 비장애우들보다 많은 임금을 가져간다. 평균 근속연수도 정상인보다 높아 회사의 고용안정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제 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단순히 그들에게 시혜를 베풀고 정부정책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소극적 측면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오히려 기업경쟁력 확보라는 적극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장애우들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현장교육에도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재해예방 노력 또한 수고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장애우들의 장점을 짚어내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도 경영자의 중요한 몫이며 결국 남다른 성과로 되돌아올 것이다. 정부차원의 정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우의 능력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장애우 전문 직업학교를 활성화하고 보다 구체적으로 지역ㆍ업종ㆍ업무 분야별로 맞춤식 취업대응 노력이 어우러져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 장애우 고용에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재무적으로 강한 기업도 의미가 있지만 사회적으로 좋은 기업으로 인식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장애우 고용이 기업의 진정한 의미에서 생산적인 사회적 공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요즈음 우리사회에 큰 화두가 ‘혁신’이다. 최고지도자부터 평범한 시민들까지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혁신은 창의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기업경영 혁신의 측면에서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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