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사진) 국토해양부 장관은 관가에서 '경쟁전도사'로 통한다. 경쟁이 사회 전체의 부(富)를 늘린다고 믿어서다. 이런 권 장관이 요즘 속을 끓이는 문제가 있다. 바로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이다. 올해 안에 KTX에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게 국토부의 목표지만 산하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사실상 민영화라며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퇴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역점 사업이 꼬이자 답답해진 권 장관은 '북유럽 성장모델'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그는 6일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복지천국이라는 북유럽 국가도 공공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이 실린 영자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를 전날 밤 잠을 줄여가며 읽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스웨덴ㆍ덴마크ㆍ노르웨이ㆍ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가 전세계의 롤모델로 부상한 배경은 1990년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공공 부문을 효율적으로 개혁한 덕이다. 실제로 이들 국가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강력한 증세를 통해 복지를 늘리는 전형적인 '세금공화국'에 가까웠다.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지출 비율은 1993년 67%에 달했고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자신의 수입보다 세금이 더 많을 정도였다. 복지 확대 과정에서 공공 부문의 덩치는 커졌지만 효율성은 개선되지 않아 세금이 줄줄이 샜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스웨덴의 GDP 대비 공공지출은 18%선에 불과하다. 프랑스보다 낮고 조만간 영국보다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도 줄였다. 스웨덴의 법인세는 22%로 미국보다 훨씬 낮다. 북유럽 국가 하면 막대한 세금과 무한 복지를 떠올리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약간 다른 셈이다. 스웨덴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0.3%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북유럽 국가가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도 복지의 질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공 부문에 경쟁을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공공병원을 민간업자가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스웨덴은 사립학교가 공립학교와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해 교육의 질을 높였다. 복지는 물론 중요하지만 공급 주체가 반드시 정부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과 공공 부문에도 시장 원리가 적용될 수 있음을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스웨덴의 1993~2010년 연평균 생산성 향상률은 2.1%로 유럽연합(EU) 평균인 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그렇다고 공공 고용을 줄인 것도 아니다. 북유럽 4개국의 공공 부문 근로자 비중은 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달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