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 유물 128점기증

일제 강점기에 빼앗겼던 금석문 탁본·조선 묵적 등 예술의 전당에 무상으로


한국 현대미술시장의 '큰손'인 이호재(57ㆍ사진) 서울옥션 공동대표 겸 가나아트 회장이 일제 강점기 때 빼앗겼던 한국 고대ㆍ중세 금석문(金石文) 탁본과 조선시대 붓글씨첩 등 유물 128점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 무상 기증했다. 이 회장이 기증한 유물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았거나 개인적으로 국내외에서 수집한 것들로 금석문 탁본 유물 30건 74점(217매), 조선시대 묵적 44건 54점이다. 특히 탁본 유물은 10여년 전 일본에서 조선총독의 후손에게서 구입한 것들이다. 이 회장은 무상 기증한 이유에 대해 "서예는 모든 예술의 토대"라며 "현대미술시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미술이 서예에 큰 빚을 지고 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갚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은 "서예는 동아시아 예술ㆍ문자문화의 근간임에도 너무 홀대받고 있다. 서예박물관에서 제대로 보관하고 그 가치를 연구하는 게 훨씬 의미 있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고대ㆍ중세 금석문 탁본 유물은 모두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관리이자 고고학자로 임나일본부설을 날조하는 등 우리 역사 왜곡에 앞장섰던 오가와 게이기치(小川敬吉ㆍ1882~1950) 주도로 채탁(採拓)돼 일본으로 반출됐던 것들을 이 회장이 환수한 것이다. 이 회장이 기증한 탁본 유물은 국보 제33호인 신라 '창령진흥왕순수비(昌嶺新羅眞興王巡狩碑)'를 비롯해 백제 '대당평백제국비명(大唐平百濟國碑銘)'과 보물 제21호인 '당유인원기공비(唐劉仁願紀功碑)' 등이다. 또한 조선시대 문인ㆍ도학자ㆍ서예가들의 묵적으로 이황의 '선조유묵(先祖遺墨)', 안평대군, 김구, 석봉(石峯) 한호와 함께 조선 전기 4대 명필로 꼽힌 양사언의 행서 '노장행 행초', 허균과 한호가 시를 적어 교류한 서간집 '허교산ㆍ한석봉 합벽첩(許蛟山ㆍ韓石峯 合壁帖)', 김정희의 '추사시고', 조희룡의 '우봉시첩', 오세창의 '한와 전문 12곡 병풍' 등도 기증했다. 이들은 모두 처음 공개되는 유물로 서예박물관은 "특히 임진왜란 이전 유묵인 양사언ㆍ이황ㆍ한호ㆍ허균의 필적은 희귀해 예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기증된 유물은 정리ㆍ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오는 2012년 9월부터 12월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기증 상설전시장에서 특별전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1년 신학철ㆍ홍성담ㆍ오윤ㆍ임옥상 등 1980년대 민중미술 작품 200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2003년 이중섭ㆍ박수근ㆍ김환기ㆍ유영국ㆍ최영림 등의 작품 50점을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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