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분쟁이나 역사 문제에서 강경론을 주도해온 그가 차기 총선에서 집권 가능성이 높은 자민당 총재로 등극함에 따라 앞으로 일본의 군국주의 성향이 노골화되고 한국ㆍ중국 등 주변국과의 마찰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최근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31%를 차지해 14%에 그친 집권 민주당을 두 배 이상 크게 앞서고 있어 차기 총선 이후 아베 신임 총재가 일본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재는 또 재정건전화를 위한 소비세 인상계획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시장에서는 아베 총재 등극에 따른 대중관계 악화와 국내 정국혼란이 일본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26일 오후 실시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가 이시바 시게루 전 정조회장과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당원과 서포터, 소속 국회의원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아베 총재는 전체 498표 가운데 141표를 획득해 이시바 전 정조회장(199표)에게 뒤졌다. 하지만 이시바 후보가 과반득표에 실패해 실시된 2차 투표에서 아베 총재는 108표를 얻어 89표에 그친 이시바를 눌렀다.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결선투표가 실시된 것은 1972년의 다나카 가쿠에이와 후쿠다 다케오 간 대결 이후 40년 만이며 결선투표에서 역전극이 벌어진 것은 56년 만이다.
보수 성향의 자민당 내부에서도 영토 및 과거사 문제에 관해 강경론을 주도해온 그가 신임 총재에 오름에 따라 가뜩이나 한국ㆍ중국 등과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 성향이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는 또 과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본의 전쟁 참여를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설파해왔다. 실제로 이날 아베 총재는 "정권을 탈환하려는 것은 자민당을 위한 일이 아니라 더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혀 거친 행보를 예고했다. 투표에 앞서 25일 행한 연설에서는 "총리 재임 중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못한 것은 통한의 극치였다"고 말해 총리가 되면 참배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내적으로도 아베 총재는 소비세 인상 및 민주당과의 연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와 민주당과의 첨예한 대립국면에 따른 정국혼란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이토 유지 크레디아그리콜 외환 부문 디렉터는 "아베 총재가 금융완화와 소비세 인상 유보를 주장하는 점이 일본 국채등급 강등 리스크를 부각시킬 수 있다"며 "외교정책 면에서도 대중 강경노선을 고수한다면 일본의 무역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ㆍ자민 양당의 총재 선출이 마무리됨에 따라 조기총선 재검토를 시사한 노다 요시히코 현 일본 총리에 대한 자민당의 거센 압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조기총선과 관련해 상황변화가 있었다"며 조기총선 재검토를 시사한 노다 총리에 대해 아베 신임 총재가 이끄는 자민당의 본격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아베 총재는 2006년 9월 52세로 전후 최연소 총리가 됐으나 실정으로 참의원선거 패배를 초래해 1년 만인 2007년 9월 퇴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