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심한 신용불량자 통계

신용불량자 통계에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 포함돼 있었고 이번에 이를 일괄 정리해 한꺼번에 통계에서 삭제했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기가 찰 일이다. 우선 엉터리 통계가 그 동안 버젓이 통했다는 게 그렇고, 이런 숫자놀음 방식으로 신불자를 줄여본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점에서 말문이 막힐 뿐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5월 말 현재 신용불량자수가 373만7,319명으로 전달보다 8만7,869명 줄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감소는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전산망 확인을 통해 10만2,000여명의 사망자를 정리, 제외한데 따른 것으로 종전기준으로 할 경우 오히려 1만4,000여명이 늘어난 것이다. 사망자 정리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신불자 통계가 2년 전부터 발표됐는데 이제서야 사망자 정리가 이뤄졌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은행연합회는 민간 기관이어서 행자부의 주민등록전산망을 이용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불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신불자 문제의 중요성으로 볼 때 정확한 통계를 낼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런 점에서 금융감독원과 재정경제부등도 엉터리 통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감원과 재경부는 은행연합회와 달리 행자부의 주민등록전산망 확인이 가능했을 것이고 제도개선의 책임도 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내 일이 아닌 것으로 여기고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닌가. 참여정부가 그렇게 강조해왔던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 부재는 외교안보 분야만 아니라 경제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던 셈이다. 통계는 정책수립의 근간이고 신불자 문제는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핵심 현안 중 하나다. 통계부터 부실한데 대책인들 오죽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안이한 태도로 인해 신불자 대책이 겉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은행연합회가 이번에 사망자를 정리한 것은 잘못된 통계를 바로 잡자는 뜻보다 어떻든 일단 신불자 수를 줄여보려는 의도가 더 크게 읽혀진다. 연합회는 지난 3월 집계에서 세금과 벌금 등의 체납자들을 통계에서 제외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신불자를 줄이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일 뿐이다. 신불자들이 조금씩이나마 빚을 갚음으로써 그 수가 줄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래야 신불자 문제가 해결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고 경기회복의 청신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질은 전혀 호전된 것이 없는데 겉만 그럴 듯 하게 만들어 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나. 여러 차례 강조해왔듯이 최선의 신용불량자 대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소득을 늘려주는 것이다. 의미 없는 숫자 장난은 현상을 왜곡해 오히려 문제를 키울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