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USTR 美의회 협상통보문] 투자·서비스 美 공세전략

"미국-한국 기업 동등경쟁 기회를" <br>철도·체신등 공기업 부문까지 개방유도 속셈<br>"지재권 불법복제 PC 한국정부가 압수" 요구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한국의 공기업은 경쟁을 방해한다.’ ‘미국법에 규정된 투자자 권리를 한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도 적용해야 된다.’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법 복사에 사용된 기기(컴퓨터)를 압수해야 된다.’ 롭 포트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명의로 미 의회에 송부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통보문’은 투자와 서비스 등 비상품 분야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을 주축으로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미국이 이 분야에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협상 통보문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미국측 공세는 ▦공기업 독점사업권 철폐 ▦인수합병(M&A) 등 경쟁을 막는 조치 제한 ▦한국 내 미국 진출기업에 대해 미국법 보호 ▦불법 인터넷 복사 금지 등이다. 아울러 투명성ㆍ부패방지ㆍ규제개혁ㆍ경쟁 등 주요 경제정책에 관련된 법 개정ㆍ제정시 반드시 미국측과 협의하도록 명문화하는 것도 담겨져 있다. ◇미국과 한국 기업, 동등한 경쟁 만들어라=현대자동차의 경우 미국 진출시 적잖은 혜택을 받았다. 현대차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미국 주정부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FTA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의회 통보문을 보면 ‘미국 내 한국 투자기업이 미국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는 역차별을 방지하고…’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특혜(?)를 받고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했을 때 그에 따른 수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라는 셈이다. 미국은 또 FTA에서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ㆍ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도 강화할 태세다. USTR는 협상 통보문에서 우리 정부로 하여금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자국(미국)법에 규정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국민(한국민) 대우 획득’도 협상안으로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KT&G 사태로 한국 내부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외국 기업 M&A 방어대책 등 일련의 외자규제 움직임에 대해 이를 금지하도록 확실한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경제정책, 한미간 공조 협정문 채택 추진=통보문에는 ‘정경유착(between the Korean government and business)’이 자율경쟁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Government Support)’을 받는 것 자체를 경쟁 제약요소로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이에 따라 ▦반경쟁적 기업행위 ▦정부의 독점지원 ▦공기업 등을 이른바 경쟁을 제약하는 요소로 규정했다. 이를 FTA에서 논의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상태다. 특히 협상 통보문에는 ‘미국 수출자 및 투자자를 차별하거나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어떠한 정부 규제도 금지하도록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과거 미국과 수차례 협상에서 20여개 정부투자기관과 천연가스 도매업이 정부 보호 울타리에서 제외된 바 있다. 미국측의 이 같은 공세는 철도ㆍ체신ㆍ통신 등 현재 남아 있는 공기업 파트의 개방과 민영화를 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눈여겨볼 것은 미국은 우리의 무역과 투자 분야의 규제 투명성이 매우 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입법 과정의 의견수렴 절차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ㆍ무역 등 각종 법률 제정시 한미간에 서로 조율할 수 있도록 ‘협정문’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미국측 의도대로 협정문이 채택되면 우리 정부 마음대로 경제정책을 바꾸거나 새롭게 만드는 것이 제약을 받게 되는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경제정책에 미국식 규범과 시스템을 적용하도록 하기 위한 그들(미국)의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 압수, 지재권도 수위 높아=서비스 분야의 최대 협상 파트인 지재권 분야에서도 미국은 공격적이고 과감한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USTR가 요구할 내용을 보면 한국의 특허법을 미국식으로 고쳐줄 것이 담겨져 있다. 즉 현행 한국 특허법에는 A라는 상품의 특허 보호기간이 10년이고 미국이 15년이라고 가정해보자. 미국은 이를 15년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비공개 정보 분야에서 미국에 필적한 보호 수준도 촉구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터넷 지재권 보호를 위한 미국의 공세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복제품, 인터넷 유포품, 유포에 사용된 기기를 압수하는 한국측 법률의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불법 복제를 했다면 이것을 한국정부가 압수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협상 통보문을 볼 때 이번 FTA 협상에서 미국은 투자와 서비스 파트에서 한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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