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지속 서희 만들어낸 것이 작가 박경리의 위대함"

작가 김선우ㆍ심윤경ㆍ정이현이 말하는 소설 '토지'

좌측부터 김선우, 정이현, 심윤경 작가

“‘토지’속 주인공 서희는 탁월한 인물입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보기드문 캐릭터죠. 남성다운 힘에 대한 욕망과 여성스러운 섬세함을 두루 갖춘 강렬한 인물입니다. 당대성과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생명력이 길어요. 서희를 만들어 낸 박경리 선생님이 위대한 것은 바로 이점에 있습니다.” 최근 문단의 주목을 받는 작가 김선우(38ㆍ사진 왼쪽부터), 정이현(36), 심윤경(36)이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주최한 문학캠프에 참가해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묘소를 참배한 후 가진 좌담회에서 이같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예술가는 작품으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한 분”이라며 “마지막에 돌아가시면서 ‘홀가분하다’고 독백처럼 남긴 말씀도 자기의 정면을 뚫고 가면서 남김없이 모든 것을 돌파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지난 5월 5일 타계한 한국 문단의 거목 박경리를 회고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통영에 모인 작가들의 구성은 고대 신화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삶을 다루는 작품을 써 낸 작가들로 문단의 큰 어른 박경리의 ‘토지’의 서희와 그들 작품 속 주인공을 비교하기에 절묘한 조화였다. 오늘을 사는 젊은 여성들의 속내를 드러낸 ‘달콤한 나의 도시’의 정이현은 “좋은 소설에는 성장의 코드가 들어 있다” 며 “복수를 다짐하는 어린 서희가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드는 과정이나 ‘달콤한 나의 도시’의 주인공 은수 모두 현실과 부딪치면서 깨지고 아파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말했다. 가부장제도가 자리를 잡기이전 자유분방했던 여성의 삶을 그린 심윤경은 “‘서라벌 사람들’ 속 신라시대 성골 귀족들이나 토지의 헤로인 서희는 타고난 것, 선천적인 것을 누리고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이라며 “옛날부터 유지해 오던 아름다움에는 나를 위압하는 당당하고 매혹적이어서 예술품으로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는 주제”라고 말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우는 “‘나는 춤이다’의 주인공인 무희 최승희와 서희는 가부장제를 온몸으로 통과하려 했던 인물이라며 “대신 서희는 힘에 대한 갈망과 포용의 의지를 한꺼번에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가부장이 되어 정면 돌파를 시도한 반면, 최승희는 허무한 힘인 아름다움으로 불우했던 시대를 관통하려 했던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묘소를 참배하고 돌아서는 순간 ‘내 소설 속 최승희가 서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어느새 내가 선생님의 그늘에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가장 근원적인 그리고 이글거리는 에너지를 갖고 첨단의 현대를 앞으로 끌어당기면서 살았던 승희는 서희의 ‘포용의 의지’를 속에 품고 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좌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이들은 작가로서 박경리를 닮고 싶어 하며 이같이 말했다. “무엇보다도 거대한 분량에서 압도되죠. 하루에 10장을 쓰느라 허덕이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토지를 써내려 갔는지, 그 원동력은 무엇인지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한 시대에 담겨있는 시대상은 물론 한 집안의 밥상 종지에 무엇이 담겨있는 것까지를 모두 포괄했던 거시적인 안목과 미시적인 치밀함을 배우고 싶어요.”(정이현) “예술의 기본은 인간에 대한 연민이라고 생각하는 데 연민으로 하염없이 인간을 바라보면 집중력, 열정, 의지가 실종되고 말죠. 토지를 집필할 당시 그녀의 나이가 나보다 그리 많지 않았을 텐데 ‘내가 벌써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조로하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돌아보며 시들어 가는 열정에 기름을 끼얹는 계기가 됐어요.(심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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