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줄곧 언급해오던 외국인자금 유출입 규제에 관한 세부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새로운 규제제도를 도입하는 '형식'이 다소 의외였다. 이날 재정부는 이례적으로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외국인 채권투자 이자소득세 과세안'에 대해 브리핑까지 해가며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김성식ㆍ강길부 의원이 각각 발의한 소득ㆍ법인세법 개정안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대처하기 위해 다시 세금을 부과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동의의 배경이다.
재정부는 두 의원의 개정안 중 강 의원안을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겉으로만 보면 재정부가 국회를 존중해 두 의원안을 검토했고 이 중 강 의원안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기자가 확인한 결과 강 의원안은 사실 재정부에서 부탁해 만든 안임이 드러났다. 재정부는 의원입법 과정에서 강 의원과 협조 차원에서 사전논의만 했다고 밝혔지만 강 의원실에 확인한 결과 재정부 세제실에서 부탁했다고 한다. 재정부가 우회입법을 한 것이다. 물론 정부가 여당의원을 통해 우회입법에 나서는 일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정부가 직접 당당하게 정부입법으로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이번 조치와는 정반대로 외국인들의 채권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줬다. 원활한 외자유입이 이유였다. 반면 이번에는 상황이 바뀌어 밀려오는 외자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다시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재정부 입장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규제안에 대한 외국인들의 따가운 눈총 또한 의원입법을 택한 이유로 부각된다.
그러나 각국의 경기부양 및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밀려드는 외자를 규제하기 위해 신흥국들은 서둘러 각종 규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번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선언문에도 신흥국들의 외자규제를 인정하기로 하는 조항이 공식 채택됐다. 재정부가 좀 더 당당할 수 있는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