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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시~작!"
심사위원 구호가 울리자 학생들의 꿈을 한가득 담은 로봇이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사전에 동선이 프로그래밍된 로봇은 탁구대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경기장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로켓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직접 조립해 수직으로 배치한 뒤 5cm 크기의 모형 시민들을 태우고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것이 로봇에게 주어진 임무다. 자식 같은 로봇이 맘처럼 움직이지 않고 엉뚱한 길로 가거나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을 때면 어린 학생들의 입에서는 한숨과 탄식이 새어 나왔다. 반면 단계마다 로봇이 미션 수행에 성공할 때마다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지난 2일부터 이틀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월드로봇올림피아드 한국대회에는 400여명의 초·중·고교생들이 참가, 열띤 로봇 경연을 펼쳤다. 서울경제신문이 후원하는 이 대회는 오는 11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세계로봇올림피아드(WRO : World Robot Olympiad) 예선전으로 대학부 경기는 이달 말 개최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 전세계 34개국에서 예선대회를 열어 국가대표를 선발하게 된다.
2일에는 초등부 종목이, 3일에는 중등부·고등부 경기가 열려 모두 같은 과제로 예선전을 치뤘다. 초등부 과제는 '인류가 우주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로봇을 창조하는 것'. 참가학생들은 사전 예고된 이 과제에 맞춰 현장에서 직접 약 2시간 동안 로봇을 조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울 신내동에서 온 이규한 학생(11)은 "이번 대회를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집 근처 레고센터에서 로봇 교육을 받고 평소에 어려워하던 프로그래밍도 열심히 공부했다"며 "유치원 때부터 로봇 교육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꼭 초등종목 국가대표로 선발돼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같이 경쟁해봤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처럼 초등종목에 참가한 학생들은 아직 어리지만 저학년때부터 이미 프로그래밍 관련 교육을 받고 교육 경력도 5년이 넘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앳된 얼굴이지만 로봇에 대한 애정과 지식 만큼은 자신 있다는 표정이 묻어나왔다.
관심을 단순히 로봇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문제와 연결해 기술적으로 풀어보려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창작종목에 참가한 장동혁 학생(13)은 "우주 쓰레기가 앞으로 심각한 문제로 등장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수업시간에 들은 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이를 위해 빛센서를 이용해 쓰레기를 종류별로 파악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지구로 귀환시키는 로봇을 만들어봤다"고 소개했다.
대구에서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주경 (여·41) 씨는 "네살 때부터 로봇을 갖고 놀게 해줬더니 아이가 자기 뜻대로 로봇이 작동하지 않아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려는 끈기가 생겼다"며 "무엇보다 로봇교육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씨는 "중·고등학교에 진학해도 본인이 원한다면 적극 후원해줘서 로봇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