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을 10개나 가입한 보험설계사가 정작 자신이교통 사고를 당하고도 보험금 청구 시효 만료로 한푼의 보험금도 받지 못하게 됐다.
지난 96년 1월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한 A씨는 1년 6개월 일하다 그만둔 직후까지자신이 근무한 보험사 등 4개 보험사에 운전자 보험 3 종류 등 장해 보험금이 지급되는 10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A씨가 매달 보험료로 납부한 돈만 77만4천여원.
A씨는 97년 9월께 조수석에서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1년 가까이 병원4곳에서 치료를 받고 98년 7월 장해3급 판정을 받아 자신이 가입한 4개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A씨는 또 98년 12월 모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근무하는 B씨를 통해 차량 사고가해자가 가입한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4천여만원의 보험금을 타기도 했다.
이후 A씨는 B씨를 통해 4개 보험사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데다 보험사들이 재심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자 지난 2001년 초 보험금청구 소송을 냈다.
보험사들은 차량 사고 가해자가 보험 사기로 구속된 전력이 있어 A씨를 의심하며 보험금 지급을 미뤄왔다.
법원은 `장해 3급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안 뒤 2년이 경과한 뒤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상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가 4개 보험사로부터 받을 보험금은 8억여원이나 됐지만 결국 한푼도 받지못하게 된 것. A씨는 보험사들이 보험 사기를 의심하며 합의를 미루다 시효가 완성되기만 기다리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보험사와 B씨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박정헌 부장판사)는 14일 "원고가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10개 보험에 가입했고 재판 청구는 궁극적으로 원고나 대리인이 해야 하는 점 등을 비춰보면 시효 소멸에 대한 보험사의 고의성은 없다"며 보험사에 대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합의가 제대로 안되면 소멸시효 전 소송을 제기하도록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사무장 B씨의 책임을 인정, A씨가 받지못한 보험금에 대한 손해배상 대가로 3억2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