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비, 축의금, 부조금, 전별금, 입원비, 해외유학ㆍ연수 보조금, 자녀학자금 보조…`
신종 뇌물수법이 공직사회를 좀먹고 있다. 최근 SK그룹이 이남기(李南基) 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출장비조로 2만달러를 건네주려한데다 이 전위원장이 사찰에 10억원을 시주토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직사회에 `신종뇌물`이 잔존하고 있는 데 대해 비난여론이 급등하고 있다.
18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남기 전 위원장의 혐의요지는 SK그룹측에 요청해 10억원의 시주를 자신이 다니던 사찰에 기부토록 했다는 것.
SK측이 넘긴 시줏돈은 사찰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한 신도의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알려져 이 전위원장이 종교단체를 돈 세탁장소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있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시줏돈 뇌물`이라는 새로운 뇌물수수 형태가 등장한 것만은 사실이다.
SK그룹 수사과정에서는 `출장비 뇌물`이라는 또다른 신종수법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 전위원장이 지난해 해외출장시 SK그룹 구조조정본부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2만여달러의 출장비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중이다.
이외에 전 국세청 고위간부인 S씨도 SK측에서 출장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이에대해 모 대기업 관계자는 “고위인사에게 해외출장비를 협찬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라며 “단지 규모가 크지 않아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뇌물 수수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좌절했던 경험은 `사과상자 뇌물`이 등장했던 한보사건 때.
1만원권으로 2억원을 우겨넣은 사과상자를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뿌리고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은 필요 없으니 진짜 사과가 담긴 사과상자라도 받아봤으면”하는 농담이 자조처럼 흘러나오기도 했다.
전두환(全斗煥) 전대통령의 비자금도 수십개의 사과상자에 담긴채 발견돼 국민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케이크 상자나 양주상자, 골프가방 등도 뇌물전달 수단으로 활용됐다.
직접 돈을 전달하지 않고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등도 신종 뇌물수수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아들인 홍업(弘業)씨 수사과정에서는 삼성물산이 홍업씨에게 83평형 아파트를 전세주면서 전세금 5억원을 깎아준 사례가 드러났고 이용호 게이트에서는 `펀드로비`와 `취업로비`가 등장하기도 했다. 백화점 고액상품권이나 주유권도 최근에는 각광을 받고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전별금이나 축의금 등 드러내 놓고 하는 로비는 어려운 분위기지만 비밀리에 이뤄지는 경우는 있지 않겠느냐”며 “정부의 사정활동이 강화되면서 뇌물수수수법도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