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공기업은 여성 직원의 보건휴가를 유급에서 무급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3자녀 출산장려금 200만원을 없애겠다는 곳도 있다. 정부는 국가공무원법이나 고용보험법 같은 상위 규정에 맞춘 가이드라인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런 것들이 청산해야 할 방만경영인지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비용절감과 부채축소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도 의문스럽거니와 출산장려 정책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3자녀 출산장려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는 마당에 200만원이 과다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자칫 노조의 개혁저항에 빌미를 줄 소지도 있다.
따지고 보면 공공기관의 과도한 복지혜택을 뚝 자른다고 경영합리화에 얼마나 기여할지도 의문이다.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니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딱 그뿐이다. 문제가 된 38개 기관의 올해 복리후생비 감축 규모는 전년 대비 직원 1인당 144만원꼴이다. 총액으로 따지면 1,600억원 수준이다. 2017년까지 감축하기로 한 부채의 1%도 채 안 된다.
방만경영을 두둔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누적적자에 시달리고 천문학적 빚에 허우적대면서 복지혜택은 다 챙기는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출산ㆍ육아 관련 복지는 단순한 사내복지 차원을 넘어 저출산과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른 복지지출을 줄여 융통성 있게 시행해도 국가 전체적으로 해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