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국방부 시계와 청와대 시계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간다’고 한다. 실례가 되는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좀더 거칠게 말하면 ‘거시기는 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도 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여기서 말하는 ‘거시기’가 무엇인지 잘 안다. 고장이 나지 않은 이상 시계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게 거꾸로 매달려 있다고 해서 또 거시기를 분다고 해서 멈춰 서는 법은 없다. 왜 국방부 시계가 장병들 사이에서 애꿎게 자조와 조롱의 대상이 됐sms지 그 정확한 시기와 배경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아마 추측하건데 지긋지긋한 군생활에서 힘든 일이든, 좋은 일이든 시간은 가게 마련이라는 뜻일 게다. 제대 날자만 손꼽아 기다리는 장병들로서는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면 세월은 흐르고 세월이 흐르면 군복을 벗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국방부 시계에는 모든 장병들의 희망과 기대가 담겨 있다. 군대에 갔다 온 남자라면 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더디게 가는지 절감했을 것이다. 요즘 이 땅에 사는 보통 상식의 보통 사람들은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장병들의 심정과 같을지 모른다. ‘거시기는 불어도 청와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아무튼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도 3년이 돼간다. 아마 지난 3년이 30년처럼 느껴졌던 사람도 많을 것이다.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하루라도 편한 날 없이 지지고 볶이면서도 무사히 여기까지 온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제까지 웃으며 잘 지내던 이웃ㆍ동료ㆍ선후배, 심지어 부모자식간에도 핏대를 올리며 상대를 향해 삿대질하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참여정부의 지난 3년간 가장 훌륭한 업적이라면 아마 적과 동지를 확실하게 구분하도록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지역감정 하나만으로도 지난 세월이 지겨웠는데 이제는 사사건건 곳곳에서 대립과 갈등, 반목의 그림자가 춤을 춘다. 진보와 보수로 시작된 갈등은 기성세대와 신세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심지어 황빠와 황까에 이르기까지 양쪽으로 갈려 극명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아무렇지 않게 태평성대라고 자화자찬만 늘어놓는다. 최근 국무위원 한 분과 1시간여 동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황우석 파동으로 온 나라가 술렁거리던 때여서 슬쩍 국무회의 분위기를 물어봤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국무회의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요즘처럼 나라가 잘 돌아가는 적이 있는 것을 봤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경제가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무역규모가 5,000억달러를 넘어섰고 주가지수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하나도 문제될 게 없다는 거였다. 지방분권 균형발전 문제, 사학법 문제, 방폐장 문제 등 역대 정권에서 수십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참여정부의 업적에 대해 국민들이 인정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실상황과 동떨어진 그의 자화자찬은 귀에 거슬렸다. 청와대에는 강력한 마취제가 뿌려져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밖에서는 멀쩡하던 사람들도 청와대에만 들어가면 한결같이 귀를 막고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하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못살겠다고, 경제는 어렵다고 아우성인데도 이 정권은 죽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오직 ‘이 죽일 놈의 언론들’이라며 모든 책임을 언론에 돌리기에 급급했다. 청와대에 걸린 참여정부의 시계도 이제 반환점을 돌아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국방부 시계가 돌기만을 기다리는 장병들처럼 시간이 흘러 어서 이 정권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 될지 모르겠지만 병술년 새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심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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