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적 성격이 강한 산업은행의 간접투자 펀드가 출범 5년 만에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해 정책적 효과와 수익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은(정책금융공사 시절 포함)은 지난 2010년 주축 투자자로서 간접투자 업무를 시작한 후 올해 9월 말까지 총 105개의 펀드(13조1,000억원 규모)를 조성해 1,207개 기업에 8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간접투자 펀드는 산업은행이 직접 운용하지 않고 운용사를 선정해 자금을 투자하고 운용하는 펀드다
전체 간접투자 펀드금액 중 산은이 약정한 금액은 전체 투자재원의 절반(51.2%)인 6조7,000억원에 달한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투자금액이 3조7,480억원(45.5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기업재무안정 2조4,122억원(29.2%), 중견기업 1조6,638억원(20.2%), 외국 기업 4,297억원(5.2%) 등의 순이었다. 특히 올 들어 9월까지 산은이 간접투자를 통해 조성한 펀드의 투자금액(7,410억원) 중 88.3%(6,540억원)가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 목적으로 쓰였다.
정책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데 투자하면서 수익률도 선방했다. 올 9월 말 기준 산은의 간접투자 펀드의 수익은 3,996억원으로 투자잔액(2조9,369억원) 대비 13.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0년 펀드가 처음 조성된 후 관리 비용 증가로 3년 연속 적자 폭이 확대되기도 했지만 투자금 회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부터 이익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해 기간이 만료돼 청산된 펀드 4개 모두 시장 기준수익률을 웃돌았다. JKL파트너스가 운용한 'KoFC KDBC-JKL 파이오니어 챔프 2010-1' 펀드는 14.5%의 내부수익률을 기록했고 'KoFC-키움 파이오니어 챔프 2010-12호(17.4%)' 'KDB녹색물류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9.4%)' 'KoFC KTC-오릭스 한일부품소재 상생2호(8.5%)' 등도 모두 양호한 수익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주요 연기금들은 기금 수익률이 우선이어서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같은 정책 성격이 강한 펀드에 자금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책 금융기관인 산은이 이 같은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만 그치지 않고 수익까지 거두고 있어 정책금융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산은의 간접펀드 업무는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중소 신규 운용사를 키우는 역할도 한다. 산은은 간접투자를 위한 펀드 운용사를 선정할 때 중견 운용사와 신규 운용사를 적절히 배분한다. 산은의 간접투자 정책 목표에는 중견·중소기업 지원뿐만 아니라 프라이빗에쿼티(PE)와 벤처투자(VC) 운용사의 육성도 포함돼 있다. 실제 신규 운용사 중 하나였던 JKL파트너스는 산은이 조성한 펀드의 운용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하림의 팬오션 인수에 참여한 데 이어 올해 국민연금의 미들캡 PEF 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산은은 내년에 운용사를 육성하기 위해 '루키 운용사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실적은 미미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펀드 운용사를 발굴해 벤처투자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 중에 금융당국이 지정한 중소기업특화 증권사들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 펀드도 조성할 예정이다. 또 성장기업의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M&A펀드를 4,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세컨더리펀드(2,000억원)도 직간접 투자를 통해 만들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내년에는 일괄 공모 펀드 조성과 함께 운용능력을 시장에서 검증받은 우수 운용사에 대해 수시출자 방식의 펀드 조성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