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절름발이 경영 자금난 부채질

은행, 절름발이 경영 자금난 부채질 몸사리기 일관 자금중재기능 상실 기업들은 돈이 없어 아우성치고 있는 반면 금융기관들은 넘치는 돈을 운용할 대상을 찾지 못해 속을 태우는 웃지 못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은행에 시중자금이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그 자금들은 다시 국공채 등 우량채권으로만 흘러간다. 국고채 금리가 연 5%선까지 떨어지는 등 자산운용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도 투자수단을 다양화하기보다는 예금금리를 인하하거나 거액 예금을 아예 사절하는 등의 소극적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출 편식'도 갈수록 심화, 개인들은 대출조건이 유리한 은행들을 골라서 대출을 받고 있는 반면 돈줄이 막힌 기업들은 고금리를 감수하고 2금융권까지 손을 내밀거나 아예 정부정책에 희망을 걸고 근근이 버텨나가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종금ㆍ신용금고 등 2금융권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시장의 중심 축을 맡아야 할 은행들이 이처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예금을 골라받고, 금리를 내리는'안이한 대응이 계속되는 한 정부가 어떠한 대책을 내놓아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 또한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하로 빠져나간 돈들이 부동화되면서 증시나 기업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부동산 등으로 흘러가 거품을 유발하거나 해외로 유출될 경우 자금경색의 지속은 물론 또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은행 '절름발이 경영' 장기화 연일 하락하는 시중금리에 대응한 은행들의 전략은 수신금리 인하나 지점장전결 수신금리 동결, 거액 예금 사절 등이 고작이다. 다른 투자수단을 찾기에 앞서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떠넘기는 안이한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 은행들은 대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매입, 투자금융 업무 등 다른 자금운용 수단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에서 올들어서만 1~2차례에 걸쳐 수신금리를 인하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법인예금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뒤늦게 회사채 매입대상을 확대하고 기업여신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고 나섰지만 대부분은 아직 '기획'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출확대도 일부 대기업이나 우량 중견ㆍ중소기업에 한정돼 있다. 실제 올해 회사채 운용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리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는 은행은 불과 3~4개 밖에 되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부실공포'가 경영진은 물론 담당 실무자들에게까지 이미 만연돼 있는 상태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위험을 떠안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으로의 도피' 탈피해야 증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금융당국도 BIS 비율 완화 및 면책기준 확대 등 기업금융 확대를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직접 움직여야 할 은행들은 움직이는 흉내만 낼 뿐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흘러들어오는 돈을 적절히 시장에 배분하기 위해 애쓰려는 흔적은 보이지 않고 아예 예금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 한 사례다. 이같은 현상은 자금시장의 주축인 은행들이 스스로 리스크를 떠안고 다양한 금융기법이나 금리차별화등을 통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지 않는 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능마비 현상을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사후관리보다도 사전관리를 통한 대출차단에 초점을 맞추는 신용위험관리 관행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며 "사후관리 중심의 여신관리, 다단계 신용등급 제도의 조기정착, 마케팅ㆍ심사에 대한 역할분담 및 상호 협조체제 구축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내놓고 있는 각종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적절한 면책기준과 인센티브 제공 등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그에 앞서 은행과 정부간 신뢰회복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의 정부대책들은 대부분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발성으로 그쳤고 이미 수차례에 걸쳐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은행들은 마지 못해 따라가는 시늉만 할 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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