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일본 "금융위기가 기회" 세계서 자산 사재기 재개

미쓰비시, 모건스탠리 지분매입등 월가 진출 잰걸음<br>종합상사들 식량자원 확보 가속… '곡물메이저' 야심<br>정부도 물·희귀금속·에너지자원 투자 전폭 지원나서


한 남자가 미쓰비시도쿄UFJ 은행의 도쿄 지점 정문 앞을 지나가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 미즈호, 미쓰이스미모토 등 일본의 주요 은행들은 올해 급속한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블룸버그통신


1980년대 경제 호황기에 미국 등 전 세계 자산 확보에 나섰다가 씁쓸한 실패를 맛봤던 일본이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 곳곳에서 다시금 자산 확보 및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자산가치 추락을 경험하면서 에너지원 확보를 제외한 전 방위적인 투자에서 사실상 발을 빼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경제지도 재편성 기조가 나타나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코자 하는 투자가 다시 급증하는 분위기다. 경쟁자가 줄어들고 매물의 가격이 하락한 점도 일본의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종합상사 등 민간 기업을 통해 진행되는 이같은 투자세는 월가 진출, 곡물 확보, 에너지 개발, 브릭스(BRIC's) 외 신규지역 투자, 친환경 산업 공략 등 전 산업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정부의 전폭적 지원 및 주도 하에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경제 위기가 해소단계로 접어들수록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월가로 향한 도전=금융위기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일본 금융사들의 월가 도전이 조금씩 가열되고 있다는 점. 지난해 9월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 파이낸셜은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지분 21%를 90억 달러에 사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쓰비시가 지분인수를 계기로 모건스탠리와의 공조를 통해 기업대출, 상품거래 등 미 금융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가 지난해 9월 미 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유럽부문을 인수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무모한 도전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노무라의 리먼 인수가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노무라의 주식 거래 비중은 전체 3위로 급등했다. 노무라는 지난 수십년간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잡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지만 리먼 인수 전만해도 현지 시장에서 100위 권 플레이어에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노무라 미국법인을 공인 정부증권딜러인 '프라이머리 딜러'로 지명,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FRB가 지명한 프라이머리 딜러는 노무라까지 포함해 총 18개사에 불과하다. ◇곡물 메이저 카르텔도 겨냥= 일본의 야심은 21세기 인류의 또 다른 고민거리인 곡물시장에서의 '메이저 진입'도 포함돼 있다. 글로벌 곡물시장은 미국, 프랑스 등 4대 메이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되는 극도의 독과점 시장이어서 그동안 일본의 진입이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일본 미쓰이, 이토추, 마루베니 등 5대 종합상사들은 전 세계 곡물기업과의 각종 투자 및 제휴를 통해 곡물 메이저 진입을 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곡물 확보를 위해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곡창지대의 곡물 관련업체와 손을 잡은 뒤 유통망을 확보해 아시아 지역에 곡물을 출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해외 식량 자원에 대한 투자지원 계획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어서 종합상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 비즈니스, 희귀금속에 대한 탐욕=일본이 눈독을 들이는 또 다른 영역은 물 비즈니스. 일본 이토추 상사는 프랑스의 수자원 분야 메이저 회사인 수에즈 등과 공동 출자해 호주 물 관련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일본 정부 역시 수자원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내년까지 수자원 메이저를 육성하겠다고 최근 공언한 바 있다. 희귀금속에 대한 탐욕도 노골적이다. 일본 정부는 휴대전화와 친환경차 등에 필수적인 희귀금속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희귀금속 미개발 광산이 많은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의 광산 주변 인프라 정비 사업에 엔 차관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일본 기업 진출을 지원키로 했다. 올해는 미쓰이 등이 추진 중인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를 포함해 10건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 에너지원 투자는 기본=민간에서 꾸준히 진행돼 온 에너지자원 확보 노력은 국가 차원의 협력으로 격상되는 분위기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 동시베리아 유전 개발 및 원자력 기술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산자 바야르 몽골 총리 역시 우랴늄 광산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일본은 세계 주요 기업들의 경합이 치열한 러시아의 극동 사할린 지역에서도 상당한 개발권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일본은 몽골의 우라늄 광산 공동 개발을 위해서도 적극 나서며 광산 개발을 계기로 무역과 투자 확대에도 힘쓰기로 했다. 이밖에 일본 스미토모는 최근 유럽 기업과 공동으로 영국 북해도 유전을 획득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어 이라크 유전 확보를 위한 일본 기업들의 물밑 노력을 자세히 게재한 바 있다.
일본, BRICs 등 신규시장 개척에도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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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과 시장주도권 싸고 충돌 불가피

일본은 인도, 러시아, 브라질 같은 브릭스 국가를 포함한 신규시장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일본은 최근 통상백서를 통해 아시아 중가 제품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여기엔 일본이 고가의 내구소비재 수출 비중이 높아 경기침체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수출에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적 변화가 깔려있다. 이 경우 신흥시장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던 국내기업들의 활동영역과 중첩, 다시 한번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충돌이 불가피하다. 브릭스 국가 중 인도는 이미 일본 기업의 아시아 최고 투자처로 부상했다. 올 3월 마감한 지난 회계연도 일본 기업의 아시아 국가별 직접 투자액을 조사한 결과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사상 최초로 1위에 올랐다. 일본은 러시아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북미와 호주에 의존하고 있는 밀 수입을 다각화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연간 최대 150만톤의 밀을 수입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경제위기 기조가 여전했던 지난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에 현지 조립공장을 완공해 놀라움을 줬다. 이로써 도요타와 닛산이 러시아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게 됐으며 미쓰비시와 스즈키도 현지 공장을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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