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줄잇는 대형사건 뒤숭숭한 국민들/점집 찾는 발길 “북적”

◎불안 증폭… 경비업체 장비구입 문의 쇄도/서점·유흥업소 찬서리… 불신·무력감 팽배연초부터 노동계 총파업을 비롯한 한보사태, 황장엽 망명사건, 이한영피격사건등 대형사건들이 줄줄이 터지면서 우리사회에 「대형사건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년에 한두번 있을 정도의 대형사건을 잇달아 접한 시민들이 심적위안을 얻기 위해 철학관을 찾거나 경비업체등에 신변안전을 의뢰해 불안감해소에 나서는가 하면 텔레비전이나 신문뉴스에 시간을 뺏겨 독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한보사태등에서 처럼 사건의 진상이 명쾌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고위공직자들의 면책에 급급한 태도등으로 정부기관의 발표를 웬만해서 믿지않는 불신과 무력감이 사회전반에 팽배해지면서 냉소주의적 풍자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에따라 서점가·유흥업소등은 찬서리를 맞은 반면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운명철학관·경호 및 경비업체·가스총업체·정신과병원등을 찾는 사람은 크게 늘고 있다. 서점가는 1∼2월중 매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20%정도 감소해 울상을 짓고 있다. 또 신간서적도 눈에 띄게 줄었다. K서점 영업부 최모대리는 『이달들어 소설류를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 신문이 재미있으면 책이 안팔린다는 속설이 있다는데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한건도 아니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니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유흥업소도 직격탄을 맞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최대유흥가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일대 룸살롱과 단란주점등은 문을 닫는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역삼동 S 단란주점 주인 김모씨는 『가뜩이나 불황으로 손님이 줄고 있는데 대형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몸가짐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 올들어 매상이 뚝 떨어졌다』며 『10개룸중 하루에 5개도 채우기 어렵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에비해 운명철학관, 경호 및 경비관련 업체들은 사회불안심리에 힘입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서울강남의 H철학원 강모씨는『최근 사회가 전반적으로 뒤숭숭해지면서 사업문제보다는 가족의 건강등 신수점을 보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하루 50명만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 이철학원은 11시에 이미 접수를 마칠만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에스원·한국보안공사등 시스템경비업체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내최대 경비업체인 에스원의 경우 이달들어 하루 20∼30통씩 밀려드는 전화문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에스원 배홍건대리는 『종전에는 장비를 설치하는 곳은 사무실이나 상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반주택에서도 장비구입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가스총을 팔고 있는 총포상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 이제안전총포상 이기훈씨는 『최근 가스총 가격이나 성능을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5∼6건가량 된다. 또 여성뿐만아니라 청장년층 남성들도 개인 호신용으로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회불안풍조에 대해 서울백병원의 정영조 박사(신경정신과장)는 『연속적인 외부충격으로 인한 반응성 우울증이다. 이같은 현상은 3개월은 지나야 해소된다. 서두르지 말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이현우·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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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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