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22일] 건설시장 안정화 하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시간이 지날수록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혼돈 속에 빠져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세계 금융시장에 동조되면서 매우 혼란스럽다. 금융시장 내 불안심리가 팽배해져 조그만 뉴스에도 과민반응하면서 주요 금융지표의 변동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여기에다 부동산시장이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건설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은 주택수요가 크게 떨어지면서 거래량이 극도로 위축된 침체 양상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주택가격마저 급매물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등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6만채를 돌파한 상태이며 이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4만호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기 분양 잔금이 회수되지 않으면서 현금동원 능력이 취약한 일부 중소 지방 건설사의 경우 우발채무가 증가해 부도의 현재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맞서 정부는 21일 또다시 ‘건설 부문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수도권의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대거 해제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ㆍ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금난을 겪는 건설업체에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해주고 공공택지 환매와 민간 건설업체가 보유한 택지를 매입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을 통해서도 최대 2조원 규모로 미분양 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고 미분양 펀드 조성을 통해 미분양 펀드 해소에 방안도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시급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건설업체들의 부동산 PF만기를 연장해주는 한편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조6,393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를 선별적으로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택거래 위축과 담보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가중되고 있는 가계의 주거부담을 완화하는 대책도 포함하고 있다. 투기지역 내 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할 경우 기존주택을 1년 내 처분하기로 돼 있는 처분조건부 대출의 상환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고 1세대 1주택자가 이사목적으로 신규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기존주택의 양도세 비과세가 적용되는 양도기한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거치기간을 연장하고 만기조정을 유도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위축을 동시에 고려한 대책으로서 국내 부동산시장의 현안 문제가 위기로 비화되지 않기 위한 적절한 조치다. 따라서 부동산시장 안정에는 어느 정도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없지 않다. 예컨대 갈수록 늘어가는 미분양 아파트 문제가 LTVㆍDTI 등에 대한 규제 완화와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이나 미분양 펀드 등으로 미국의 금융위기를 지켜보는 상황에서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건설업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부실화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ㆍ캐피탈 등 비은행 금융권에 대한 조치는 빠져 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과 건설업체 등도 현재의 위급한 상황을 인식하고 서로 간 역할을 분담해 공존 방안을 시급하게 모색해야 한다. 특히 건설업체 스스로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필요가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국내 주택시장의 구조가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동안의 양적인 공급확대가 레드 오션(Red Ocean)임을 인식하고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 즉 블루 오션(Blue Ocean)을 개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증가일로에 있는 국내 가계부채가 가계 위기로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가계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건전 소비생활을 하는 등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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