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 옥죌 EU 새 카드는 월드컵 보이콧?

문화·경제·스포츠행사 러 배제… 냉전시대 제재수단 다시 등장

외교관 회의서 논의… 긍정적 반응

이번주 중 추가 경제제재 발표

천연가스는 제외 효과 미지수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러시아 제재 수단으로 오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보이콧(참가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냉전시대에 쓰였던 제재수단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EU 외교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러시아월드컵 등 '전 세계적 문화·경제·스포츠 행사'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EU가 논의선상에 올린 행사에는 월드컵을 비롯해 포뮬러원(F1) 자동차경주,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월드컵 보이콧 방안은 EU가 주중에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대러 추가 제재 방안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일부 국가들이 이 아이디어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트비아의 한 외교관은 FT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즈타바 라흐만 유라시아그룹 유럽 지역 분석가는 "권위 있는 스포츠 행사 불참은 냉전시대를 연상시킨다"며 "EU 등 서방이 추진 중인 어떤 경제제재보다 러시아에는 쓰린 조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스포츠 행사에 대한 보이콧이 처음 나타난 것은 냉전시대인 지난 1980년 모스크바하계올림픽으로 미국 등 자유진영 64개국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며 불참했다. 이에 소련도 동구권 및 쿠바·북한 등 타 공산권 국가들과 함께 4년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에 불참하는 것으로 보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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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3일 "러시아의 월드컵 개최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러시아 등 대회 개최국을 신뢰한다"며 "보이콧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7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 직후 러시아월드컵 보이콧 주장이 제기됐을 때도 FIFA는 반대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이번 주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EU의 추가 제재도 종전의 제재 수위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러시아 국영은행에 적용된 유럽 내 채권발행 등 자금조달 금지 조치를 방산업체 및 국영 에너지 기업으로 넓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러시아 최대 석유업체 로스네프트, 국영가스 업체 가스프롬의 석유 부문 자회사인 가스프롬네프트가 제재 대상에 오르게 된다. 이 외 추가 제재방안으로는 △러시아 정부 발행 국채 거래 금지 △러시아 심해 및 극지 탐사와 셰일오일 개발에 대한 유럽 업체의 참여 금지 △민간·군사 분야에 함께 쓰일 수 있는 기술 수출금지 대상 확대 등이 예상된다. AP통신은 나토가 4일 영국 웨일스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동유럽에 적어도 병력 4,000명과 군용장비를 증파해 신속대응군을 창설하는 방안을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민감한 분야인 천연가스는 이번에도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이며 가스프롬 역시 제재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러 추가 제재 방안이 논의되는 와중에도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제재가 러시아의 야욕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도 경제제재를 넘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세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발언수위를 높이며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마음만 먹으면 2주 안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있다"는 발언이 알려진 다음날인 2일 러시아는 동부지역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정부의 정치적 협상에 미국이 나서라고 주장했다. 며칠 전 동부지역의 '독립국가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쟁 파티'를 누그러뜨리고 협상타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미국 정부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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