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 자동차업계 판매부진 몸살

미국과 일본 업체의 고전 두드러져 최근 개봉됐던 영화 '퍼펙트 스톰'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공동 회장이었던 밥 이톤을 떠올리게 한다. 대서양에서 폭풍우 셋이 한꺼번에 몰려 오자 그곳을 벗어나려는 고기잡이 배는 이리 저리 애를 써보지만 결국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만다. 이톤 회장은 세계 자동차업계에 몰아칠 폭풍우를 예견, 이미 3년전 다임러-벤츠에 크라이슬러를 매각했다는 것이다. 이톤 회장의 선견지명이 옳았던 것일까. 자동차업계는 현재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다. 무엇보다도 주력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서의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앞으로 2년간 11% 이상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특히 미국시장의 판매 감소율은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지난 10년간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재정은 허약한 상태다. 북미와 유럽에서의 자동차 판매가격은 해마다 1%씩 떨어지고 있는데, 공급과잉이 25% 수준에 달해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GM의 최고 경영자(CEO)인 릭 와고너는 최근 재고조정을 위해 몇몇 부분에서 생산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고(在庫)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은 차 한대 당 1,500달러를 깎아 주는 전략을 통해 자동차 판매촉진에 나섰지만 최근 재고는 80일치를 넘어서고 있다. 평상시의 재고가 통상 60일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미국과 일본 업체들의 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GM은 독일내 자회사인 오펠의 품질불량과 고루한 디자인 등으로 인해 브랜드 인지도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혼다의 경우는 유럽시장에서의 적자가 지난해보다 4배나 늘어난 4억80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BMW, 폭스바겐, 르노, PSA 푸조, 시트로엥 등 유럽 메이커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물론 유럽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환율 때문이다. 일본 업체들은 주로 영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데, 최근 유로화에 대한 영국 파운드화의 강세로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업체도 미국 업체와 마찬가지로 유럽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즉 낙후된 모델과 함께 다양해진 시장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게 더 큰 원인이라는 것.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5가지 정도의 바디 스타일만 있으면 유럽 소비자들이 원하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럽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 져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말은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화두가 되고 있다. .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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