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시장은 매력과 장벽이 공존"

한국기업 근면성·업무추진력 세계 제일

로버트 팰런 전 외환은행장은 "외국인 경영자에게 한국 시장은 매력과 장벽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말 은행장직에서 물러나 현재 외환은행의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팰런씨는 27일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외국인이나 외국자본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는 극복해야 할 '장벽'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부지런한 노동력과 조직의 단결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등은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외국인 행장으로서의 지난 1년에 대해 그는 "재미있게 일했던 시간"이라며 "한국 기업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들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회고했다. 팰런 전 행장은 "근면성과 업무추진력에 있어 한국 기업은 세계 제일"이라고 평가한 뒤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구성원 간 조직력과 융화를 중요시하는 것은 서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장점"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는 그러나 "다양한 의견을 스스럼없이 수용하고 '나와 다른' 것들도 인정하는자세가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노사관계가 상호협력적 인식을 바탕으로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대립관계에 놓이게 되는 풍토는 바뀔 필요성이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은행간 무한경쟁에 대해 팰런 전 행장은 "경쟁을 통해 상대고객 유치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은행별로 자기색깔을 확실히 갖추는 것이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이나 정기예금 등 하나의 상품 카테고리에 대해 자기만의 특색을 갖춘 상품을 팔아야 고객의 선택 폭도 넓히고 '출혈'이 없는 경쟁구도로 갈 수 있다"며 "예컨대 'A은행은 외환부문에서 최고이며 B은행은 기업금융, C은행은 소매금융에서 각각 최고'라는 식으로 판도가 바뀌어야 모두가 승자가 될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과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다국적 거대 금융기관의 국내진출에 대해 팰런 전 행장은 "당장은 은행권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전망했다. 그는 "씨티와 HSBC 등은 모두 100여년 이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영업을 해오고 있다"며 "단기적 차원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펴기보다는 10~20년을 두고 장기적 차원에서 시장지배력을 키워나가는데 초점을 맞춰영업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의 한국시장 진출을 계기로 국내은행들은 무엇보다 '체력'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시각을 밖으로 돌려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영업의 폭도 넓혀 '국내 1위'가 아닌 '세계 일류'로 발돋움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은행의 공공성과 수익성에 대해 팰런 전 행장은 "어느 한 쪽도 등한시 할 수 없다"면서도 "수익을 내야 취약한 공공성 부문을 보완하는데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장직에서 물러난 뒤의 생활에 대해 팰런 전 행장은 "이사회 의장직만 수행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유연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니며 외환은행을 홍보하고 영업망 확대의 초석을 닦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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