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식문화가 수십년을 주기로 변화했지만 글로벌화와 정보화시대를 맞아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변형되면서 그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졌고 지역적 한계를 넘어 세계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은 이미 콜라ㆍ햄버거ㆍ피자 등에 길들여진지 오래이며 최근에는 구미 지역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물론 베트남ㆍ인도ㆍ중동 지역의 음식까지 우리의 외식문화에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전통음식인 김치ㆍ불고기ㆍ갈비 등도 세계인의 입맛에 파고들고 있다.
소득이 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대형 식품매장은 마치 세계 식품 박람회장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이처럼 외국의 식문화가 빠르게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전통식품의 현대화와 상품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가정에서 주부들이 직접 장만하던 장류ㆍ김치ㆍ한과ㆍ떡ㆍ죽ㆍ음료ㆍ절임류를 비롯해 농산가공품ㆍ축산가공품ㆍ수산가공품에 이르기까지 전통식품의 상품화는 매우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전통식품 관련 제품의 개발과 상품화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 식품산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 중의 하나다.
특히 최근 월드컵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속의 선진국임을 입증하면서 우리 식문화의 세계화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선 우리 전통식품의 현대화 및 상품화를 위해 개발ㆍ생산ㆍ유통ㆍ소비의 전단계에서보다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각 상품의 특징과 맛, 취식의 편리성을 위해 주원료에서부터 부원료, 포장재에 이르기까지 품질의 규격화가 필요하다. 이는 상품개발 시작 단계에서 상품화 마무리까지 연계해서 진행돼야 한다.
또 그 상품으로부터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 즉 맛과 영양, 기능성 등의 정확한 분석과 규명을 통해 확실하게 그 장점을 전달해야 한다.
미용, 장수, 건강에 대한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심에 대한 확실하고 명쾌한 과학적 자료의 제시가 필요하다. 이는 우리 전통식품을 단순 먹거리에서보다 과학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식문화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최근 '퓨전요리'란 단어를 흔히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동서양 식문화의 혼합, 개선의 의미뿐만 아니라 전통과 현재의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종전에는 수작업 위주로 생산된 전통식품을 과학적으로 접근, 대량 생산해 소비자가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전통식품의 현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소비자의 변화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신선함, 편리함, 패션 등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맞는 차별화한 제품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부합하면서 수출되는 현지의 특성 및 문화를 고려,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접근해 '한국의 맛'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제조물책임(PL)법의 시행과 더불어 점증하고 있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식품의 안전성'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야 한다.
전통식품은 그 원료에서부터 국내산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식량 자원의 공유에 따라 농ㆍ수ㆍ축산 전반에 걸쳐 상당한 원료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원료의 선택과 관리에 있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잔류농약, 유전자변형(GM) 농산물, 광우병, 환경호르몬 등 최근 쟁점화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품고 있는 의혹을 완벽하게 해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 전통식품의 품질을 확실히 보증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도 품목별로 식품 위해요소 중점 관리기준(HACCP)의 적용이 단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식품 생산 및 유통, 소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해 요소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 전통식품이 세계적인 브랜드의 상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다.
앞에서 언급한 사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추진돼오고 있겠지만 전통식품의 세계적인 브랜드 상품화를 위해 필수적인 선결 과제들이다.
이를 위해 관련기관ㆍ학계ㆍ업계가 연계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보다 체계적인 협력을 통해 전통식품의 현대화ㆍ상품화에 노력해야 한다.
/유시영(대상㈜ 식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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