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금감위, 공정위, 국세청 등 관련 당국이 총동원된 정부의 전방위 재벌개혁 압박에 재계가 초긴장상태에 빠져들고 있다.재계는 정부의 이같은 밀어붙이기가 단순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넘어 본격적인 「소유구조 개선」을 겨냥한 고단위 목표로 옮아간 것이 아닌가 노심초사하며 정부의 개혁강도를 파악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현재로선 정부의 개혁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 이에따라 재계는 바싹 엎드리며 몸을 사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제2금융권의 재벌 사금고화 방지를 내용으로 한 재경부의 발표는 재벌에 대한 2차개혁이 이미 시작됐음을 확인시키는 것』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문제는 2차 개혁의 목표. 재계는 정부가 지난 2년간 1차 재벌개혁이 부채비율 축소 등 수치적 목표 달성에는 성공했지만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잠정결론내렸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2차 개혁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도에 그치지 않고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인적 청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재계측 시각이다.
주식이동조사를 중심으로 한 세무조사를 대표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변칙적 상속이나 증여를 포착, 막대한 세금을 추징하면 이를 내기 위해 총수는 부득이 계열사의 주식을 매각하게 되고 이는 결국 소유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대한항공에 수천억원 규모의 세금을 추징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더욱이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재벌 개혁이 느슨해졌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는 국민들의 반(反)재벌 정서가 확산되는 것도 이같은 강력한 개혁드라이브의 또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관련한 재계의 전망이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재계 일각에선 『최근 정부의 움직임은 개혁 의지를 다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어차피 대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픔을 참고 살을 도려내야 하는데 사실 기업 자율에만 맡겨서는 어려운 부분도 있지 않느냐』는 언급도 나오고 있다. 즉, 장기적으로, 그리고 대국적으로 볼때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을 창출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분석은 무엇보다 정부의 개혁 칼날이 현대, 삼성 등 특정그룹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낡은 지배구조로 인해 시장에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 문제이고, 삼성은 상속과 관련한 법적 해석이 논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와 함께 이헌재(李憲宰) 재경부장관, 이용근(李容根) 금감위원장 등 금융당국 책임자들이 직접적인 재벌 재제수단을 동원하기 보다 시장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흘려보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26일오전 현대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주가가 초약세를 보인 것도 李 금감위원장의 발언에 따른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국세청, 공정위 내부에서도 최근 정부의 2차 재벌 개혁에 대해 「원칙없는 재벌 개혁은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다시 본격화한 정부의 2차 재벌개혁은 향후 사태전개가 매우 가변적일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또다른 시각이다.
한편 이날 재경부가 발표한 「제 2금융권 지배구조개선안」에 대해 재계는 『시장을 왜곡시킬 소지가 크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특히 보험사가 자기 계열사에 대한 투·융자 한도를 총자산의 3%에서 2%로 즐이는 등 한도제는 금융회사의 자산운용을 규제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우같은 부실 그룹의 계열 금융회사를 감안한 조치이지만 우량 그룹에까지 적용됨으로써 자산운용을 제한하고 시장을 왜곡시키게 된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현재의 한도제를 유지하면서 관련 그룹들이 이를 잘 지켰는지 감독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문주용기자 JYUMOON@SED.CO.KR
문주용기자JYUMOON@SED.CO.KR
입력시간 2000/04/26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