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인사청탁 및 청와대 최고위층의 사퇴압박이 담긴 녹취록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안 국장의 변호인 측은 24일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이 불거진 직후 안 국장에 대한 국세청 고위간부의 사퇴압박 등이 담긴 녹취록 파일이 있다"고 말했다.
녹취 파일에 따르면 지난 7월21일 당시 국세청 고위간부 A씨는 S사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주겠다며 안 국장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 A씨는 사직을 요구한 사람이 누구냐는 안 국장의 질문에 '윗분들 이야기"라며 "국세청장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안 국장이 이미 길을 너무 많이 온 것 같다는 인식은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전체에서 어느 정도 이뤄진 것 같다"며 "청와대 최고위층에서도 인지하셨다"고 강조했다.
A씨는 '청와대 최고위층이라는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안 국장의 말에 "들은 이야기"라며 한발 물러섰다. A씨는 안 국장의 추궁에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나 '청와대 최고위층'에 대해 "책임 있는 분들"이라며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또 한 전 청장의 인사청탁 로비 대상이 된 정치권 실세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안 국장의 부인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는 "(대선 직후인) 2007년 말 당시 국세청장이었던 한 전 청장이 남편을 불러 '유임을 위해서는 정권 실세에 10억원을 전달해야 하니 3억원을 만들어달라. 대신 국세청 차장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한 전 청장은 국세청장 유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으나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대한 '그림로비' 의혹 및 골프회동 파문이 불거지면서 결국 물러났다.
검찰은 이날 오후 홍씨를 재소환, 조사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안 국장이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기업들에 그림을 강매한 의혹이 수사 대상"이라며 "홍씨가 제기한 사퇴압박 등은 조사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등은 이번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논평에서 "한 전 청장의 제의를 거절한 안 국장이 사직을 거부하고 인사청탁 로비 의혹을 공개하려 하자 입을 막기 위해 감옥에 가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미국 도피 중인 한 전 청장을 불러 정권출범 초기의 비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