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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규제 개혁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이의 추진에 매진하고 있다. 아마도 김대중 정부 이래 가장 강력한 규제 개혁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들이 모두 규제 개혁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규제 전수조사를 통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규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한 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규제 개혁이 왜 이다지 힘이 드는 것인가. 규제 개혁은 한마디로 말하면 규제의 합리화다. 불합리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규제 개혁인 것이다. 그런데 이 규제의 합리성이 양 측면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 합리성과 정치적 합리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나름 대로의 장치를 갖추고 있다. 경제적 합리성을 검토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 규제 영향 분석이다. 이 분석은 다양한 평가항목을 포함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이 비용·편익 분석이다. 규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사회적 편익을 비교해 편익이 비용을 초과해야만 규제의 타당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정치적 합리성은 규제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 및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공청회, 부처 간 협의, 입법예고 등 의견 수렴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제도화돼 있다.
우리나라의 규제 개혁을 위한 제도화의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규제 관리체계 평가에서 보듯 매우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형식화돼 불량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총량제, 규제일몰제, 네거티브 규제방식 등 규제 시스템 개혁방안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들 방안은 사실 새로운 방식이 아니며 이미 지난 정부들이 단편적이고 부분적으로 시도했던 것이다. 다만 현재 제시되는 방안은 이들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집행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정부들의 시도가 그다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개혁방안은 의욕적이었으나 이를 실효적으로 집행하지 못한 데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제시되는 규제 시스템 개혁방안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관건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집행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전문성을 보강하고 국무조정실의 역량을 강화함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사·연구·분석 등을 위한 지원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또한 개혁방안이 의도하고 있는 성과가 규제현장에서 제대로 발생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많은 개혁방안이 기자회견과 함께 팡파르를 울리며 시작했지만 미미한 성과와 함께 용두사미로 끝나고 마는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제도 개선을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 및 계획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 강화 및 여건 조성이 이뤄져서 현재 추진하는 규제 시스템의 개혁방안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