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쌓는 책임준비금 적립방식이 대폭 강화된다. 시장금리가 속락하면서 이차손(고객이 낸 보험료에 적용되는 확정금리보다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 발생하는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며, 이로 인해 생보사의 보험금 지급 여력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당국 및 생보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발생할 이차손 규모를 추정해 생보사들이 이를 책임준비금을 적립할 때 반영하도록 보험감독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생보사들은 과거 7~8%대의 고금리로 팔았던 상품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수익을 많이 낼 때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 고객에 대한 보험금 지급에 차질이 없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조만간 작업반을 구성해
▲앞으로 몇 년후까지의 이차손을 추산할지
▲이에 따른 책임준비금은 몇 년에 나눠 적립할 지
▲향후 금리를 어떻게 전망할지 등의 기준을 만들어 책임준비금 적립방식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작업반 결과를 토대로 2003회계연도 결산월인 내년 3월부터 이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또 금감원은 사고가 발생했지만 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과거 경험치를 기준으로 일부 책임준비금을 쌓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는 책임준비금 적립방식이 강화될 경우 당장 생보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져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생보사의 한 임원은 “만일 10년후에도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책임준비금을 적립했다가 도중에 금리가 오를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지급여력비율을 못 맞춰 어떤 생보사가 망한 직후 금리가 다시 오르면 이를 누구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냐”며 “현실을 무시한 정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생보사 이차손 현황
(단위:억원, %)
회계연도 이차손익 평균 예정이율
-16,053 8.0
-29,893 7.7
-6,604 7.2
<박태준기자 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