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데 이어 조만간 특사 등 고위급 수준에서 추가 접촉을 가질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정부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최근 남북이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예비 접촉을 가졌지만 정상회담 장소 등을 두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앞으로 정상회담과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를 위해 남북 간 고위급 수준의 접촉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 여건과 북핵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힘들겠지만 내년에는 남북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15~2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기간 동안 우리 측 인사를 접촉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의제와 장소 문제들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미 남북 간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고 청와대도 이를 완강히 부정하지는 않는 만큼 남북정상회담은 시기의 문제일 뿐 개최 가능성 자체는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안보 라인의 한 당국자는 "현재는 정상회담 장소 문제에서 남북 간 이견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북 간 이견을 조정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내년 11월에 열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해 정상 간 만남을 성사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최근 진행된 접촉에서는 정상회담 장소를 두고 남북 간 이견이 커 사실상 양측이 접촉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추가 접촉에 나설 우리 측 대표로는 정부 당국자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비정부 인사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린 만큼 이번에는 서울에서 열 것을 주장하고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판문점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측은 김 위원장의 건강과 신변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평양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물밑 접촉과 관련, 청와대는 "아는 바 없다.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이날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접촉의 사실 여부를 묻는 언론 확인 요청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기로 공식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남북 간 교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대통령도 취임 이후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뜻을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 실무접촉이 언론에 잇따라 보도된 것과 관련, 정부의 보안이 허술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경제지원 등이 급박해 정상회담을 서두르고 있는 북측이 우리 정부가 장소 문제 등을 놓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의도적으로 남북 접촉 사실을 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1차 남북정상회담은 철저한 보안 속에 전격 발표됐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전에야 언론에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