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23일] 네번째 이통사가 등장하려면

박준호(한양대 교수·경영학)

이동통신 3사 간의 치열한 경쟁은 중국의 고전 ‘삼국지’에 빗대어지곤 한다. 이동통신 3사와 그 계열사를 포함한 거대 통신그룹 간의 경쟁은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지상파방송ㆍ케이블TV 등 다른 매체와의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거대 통신 그룹들은 정체된 통신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TV(IPTV)라는 새로운 방송 매체 산업에 진출했고 초고속 인터넷, 집 전화(또는 인터넷 전화), 이동 전화 등 기존의 3종 결합 서비스(TPSㆍTriple Play Service)를 넘어 4종 결합 서비스(QPSㆍQuadruple Play Service)를 선보였다. 기존 망 임차형태로 진출 가능
거대 통신기업의 IPTV 진출로 TV 방송 매체(DMB 제외)는 지상파TVㆍ케이블TVㆍ위성방송 등 3개에서 4개로 늘어났다. IPTV는 통신망(network)을 이용한 파생 상품이자 케이블TV 등과 피 튀기는 가입자 유치 경쟁을 해야 하는 유료방송 매체다. 지상파방송사와도 지상파 채널 재송신에 따른 대가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겪고 있다. 물론 거대 통신그룹의 IPTV 진출은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방송 사업자와의 협력관계도 요구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방송 콘텐츠를 지상파방송사, 케이블TV 등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채널 사용 사업자(PP)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쟁의 원천은 망이다. 통신 사업자는 정부로부터 불하 받은 대지에 거미줄 같이 방대한 수로(망)를 구축했다. 수로는 땅을 비옥하게 해 다양한 산물(QPS)을 얻을 수 있게 하고 대다수 국민에게 산물을 전달할 수 있는 근간이 돼 왔다. 반면 지상파방송사들은 수로의 한계로 다양한 결합 자체가 불가능하다. 케이블TVㆍ위성방송 사업자들도 지금으로서는 이동통신사업 진출이 불가능하다. TV 수신을 포함한 결합 상품을 둘러싼 여러 이슈 중 소비자 편익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것이 기존 이동통신사의 망을 임차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의 탄생이다. MVNO가 제4, 제5의 이동통신 사업자로 등장하면 경쟁이 활성화돼 가입자들은 다양하고 풍부한 서비스, 궁극적으로는 요금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계 소비지출 가운데 이동통신 요금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시장과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급 효과가 현실화되려면 규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많은 요소가 있다. 우선 이동통신망 구축에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위험 부담 없이 시장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MVNO 시장에 효율적이지 못한 사업자들이 진입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MVNO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할 때 MVNO 제도의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해외 성공사례들도 유통망, 브랜드의 장점 또는 틈새시장의 전략적 공략, 운영 효율화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그 대가를 부당하게 높게 결정ㆍ유지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범세계적인 탈규제화 추세 속에서 사전에 이용 대가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사업자 간의 협상에만 맡겨두면 분쟁 발생과 사업의 지연, 초기투자 회수의 실패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다만 사전에 이용 대가를 세세히 설정하는 것은 급속한 시장의 변화를 수용하기 어렵고 더 복잡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지침을 설정하고 나머지는 사후 규제의 손에 맡기는 것이 더 수월할 것이다. 비효율적인 사업자는 배제를
MVNO는 망 자원의 효용을 국가적인 목적으로, 국민을 위해 극대화할 수 있는 한 방법일 수 있다. 다만 MVNO의 도입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져 사업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출범은 쉽지 않아 보인다. 모두의 혜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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