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권 '사교육과 전쟁' 선포에 학원 '긴장' 학부모 '환영'

정부ㆍ여당이 학원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 추진 등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강남 학원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학원 수업을 받는 자녀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의 차들로 연일 북새통이었을 대치동 학원가는 불법 사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긴급 단속이 시작됐다는 소문에 썰렁한 모습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교육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 표명에 환영하면서도 “고질적인 입시병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강남 학원가에 따르면 최근 시작된 교육 당국의 단속에 학원들이 심야수업을 잇달아 폐지하는 등 크게 위축됐다. A학원 이 모 원장은 “대개 자정 무렵까지도 불야성을 이루는 곳인데 단속이 강화되면서 거리가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라며 “불법영업 신고포상금제 등 각종 사교육 대책에 이어 심야교습 금지 법률까지 제정된다면 사교육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원 강 모 원장도 “이명박 대통령 의지가 강한 것 같아 주변 학원들이 긴장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야수업이 금지되자 새벽반 등 다른 형태의 교습이 기승을 부렸던 전례를 볼 때 교습시간 제한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일부 학원들은 심야교습 단속이 심해지자 학생들을 관광버스에 태워 심야교습을 허용하는 수도권 외곽으로 자리를 옮겨 수업을 하기도 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심야교습을 규제하는 방안이 몇 차례 시도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학생들이 더 피곤해 하는 새벽반이나 주말 심화 학습반이 성행하는 등의 역효과만 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심야수업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대체로 환영했다. 중ㆍ고교생 자녀 셋을 둔 학부모 이 모(45) 씨는 “시험이 코앞인데 내 아이들만 집에 있으라고 할 수 없어 보내기는 하지만 매일 밤늦게까지 학원수업에 시달리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며 “심야수업이 법으로 금지된다면 아이들의 학습 부담이 다소 덜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입시병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교생 길 모(17) 양은 “심야교습을 없애는 것은 좋지만 사교육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건 아니어서 오히려 주말 내내 보충수업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특목고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