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건설 현장 곳곳 공사 차질… 대란 현실화

■ 전국 레미콘 공장 올스톱<br>"시멘트값 안내린다면 레미콘값이라도 올려라" 업체들 강경 입장 고수<br>3자 회의 의견차 커 중단사태 장기화 가능성

22일 오전 경기 용인에 위치한 중소업체인 K레미콘. 공장 한편에 레미콘 30여대가 꼼짝 않고 멈춰 있다. 평소 같으면 레미콘을 싣고 분주히 공사현장으로 들락날락해야 하지만 이날부터 조업 중단으로 공장 가동이 올스톱된 것이다.

전국의 레미콘 공장이 동시에 멈춰 섰다. 이로 인해 각종 건설 공사가 차질을 빚는 등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레미콘 대란이 현실화된 것이다.


중소 레미콘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22일 예고대로 750여개 소속사들이 일제히 조업 중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배조웅 중소레미콘업체 비상대책위원장은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와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중소 업체들은 오늘부터 완전히 레미콘 조업을 중단했다"며 "시멘트 가격을 조정해주거나 건설업체들이 레미콘 가격을 올려주거나 둘 중 하나라도 관철되지 않으면 조업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ㆍ삼표ㆍ아주 등 대형 레미콘업체의 공급도 끊겼다. 연합회 소속 중소업체들이 차량을 동원해 이들 업체의 레미콘 출하를 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두산건설 계열사인 렉스콘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대형 업체 중 유일하게 조업 생산을 하고 있다.


이처럼 거의 모든 레미콘 공장의 올스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건설업체 현장은 큰 타격이 없는 상태다. 겨울철 콘크리트 타설이 적어 레미콘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일정 및 공정 조정 등을 통해 현장 단위로 미리 대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한화건설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예측이 됐기 때문에 급하고 중요한 공정은 시일을 당겨서 작업을 많이 진행했다"며 "레미콘 공급이 차질을 빚더라도 최소 한 달 정도는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대비했다"고 말했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도 "현재까지 차질이 빚어지는 현장은 없다"며 "이번 공장 가동중단에 동참하지 않는 대기업계열 레미콘사를 중심으로 물량 수급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자칫 현장이 멈춰 설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A건설의 한 관계자는 "레미콘은 바로 가져다 써야 하는 자재라서 미리 비축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공급 중단 사태가 길어지면 건설현장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특히 동절기가 지나면 건축 공사 현장의 수요도 급격히 늘기 때문에 사태 장기화는 업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건설업계는 현실적으로 레미콘 가격 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원가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로 최저가 낙찰제를 실시하는 관급 공사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데 레미콘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가에 반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에 이어 이날 오후4시30분에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주재로 레미콘ㆍ시멘트ㆍ건설업계가 2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지만 극적인 합의 도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준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