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7일] 잘못 잡은 타깃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5개 중소기업 단체들이 16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국민 모두가 경제 살리기에 참여하자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 경제와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열악해진 데 대한 성명서의 원인 분석은 날카로웠다. 우리 경제가 나빠진 원인은 물가상승, 내수부진, 세계경제 둔화 등이며 우리 중소기업의 상황이 악화한 것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환율급등에 따른 환헤지 피해 탓이다. 그런데 무릎을 치게 하는 원인 분석과 달리 결론으로 제시한 주장은 뭔가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명서는 촛불집회를 중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분석된 원인을 바탕으로 성명서에 담겨야 할 주장을 새로 만들어보자. 먼저 세계경제 둔화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머지는 모두 정부에 대책을 요구할 사안이다. 물가상승, 내수부진, 환헤지 피해는 새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고환율 정책 등에 큰 책임이 있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역시 단기적으로는 대기업에 얘기하되 장기적으로는 정부에 제도적인 뒷받침을 촉구해야 할 사안이다. 성명서의 타깃은 촛불집회가 아니라 정부가 돼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대목이 있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자리에 참석한 중소기업 단체장들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구동성으로 파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을 들으면서 지난 3월 주물업계를 시작으로 레미콘ㆍ아스콘 등으로 이어진 조업 및 납품 중단 사태가 떠올랐다. 당시 중소기업들은 원자재가 폭등으로 생산을 할수록 적자를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 역시 경유가 폭등으로 일을 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파업 참여자들은 주장한다. 둘 사이에 다른 점이 무엇인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다. 더욱이 이들은 넓게 볼 때 중소기업 단체가 끌어안아야 할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이다. 우리 경제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중소기업 단체장들도 그런 점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한데 모여 성명서를 발표했을 것이다. 다만 타깃을 잘못 잡은 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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