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머나먼 '한국판 앵그리버드 신화'


"앱스토어용 기프트카드를 300달러어치쯤 산 것 같네요. 지금 800개쯤 설치돼 있는데요."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매일 이 같은 댓글이 달린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하는 데 300달러를 들였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이용자는 스마트폰을 조금 만지작거리다가 휴대전화 본연의 기능을 활용하는 데 충실하기 마련이지만, 일부 열성 이용자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다. 특히 게임의 경우 잘 만든 게임이 하나 나온다 싶으면 이용자들은 며칠이고 손을 꼽아가며 기다리다가 구입한 후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낸다. 일례로 최근에는 아이폰용으로 출시된 게임 '데드스페이스'가 스마트폰 커뮤니티를 휩쓸고 있다. 이용자들의 극찬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엄청난 광고 효과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열성 이용자들의 열정이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게임이 판매 전에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게임산업 규제 탓에 한국에서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에 접속해도 게임 카테고리를 볼 수가 없다. '파룬궁(法輪功)' 같은 단어로는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없는 중국이 연상되는 규제다. 결국 아이폰 이용자들은 앱스토어에 미국이나 홍콩 계정을 만드는 '편법'을 쓰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도 안드로이드 마켓의 게임도 찾을 수 있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이 사이 국내 게임 개발자들은 스마트폰용 게임 시장을 맘놓고 공략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앵그리버드' 애플리케이션으로 1,000만 달러의 매출에 다가서는 핀란드 개발사, '버블볼'로 200만건의 다운로드 수를 자랑하고 있는 14세 미국 소년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주한 건물의 주차장 지붕 때문에 게임을 개발할 수 없다는 개발자의 한숨만 들려올 뿐이다. 게임 산업 규제를 풀자는 주장은 몇 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지난 3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으며 어느 국회의원이나 부처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방치된 상태다. 이용자들이야 당장 개수도 많고 장르도 다양한 미국의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하면 되지만 이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되면 한국판 '앵그리버드 신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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